‘독일의 자존심’에서 부실은행 문턱까지 몰린 도이체방크가 대대적인 자금수혈에 나선다. 도이체방크는 오는 21일 증자를 통해 80억 유로(약 9조8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하겠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달 유상증자로 자본 우선 확충 #지분 매각 포함 총 12조원 계획 #사업부문도 3개로 줄여 군살 제거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지난 3일 종가인 19.14유로에서 39% 할인한 가격으로 총 6억8750만 주의 보통주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은행은 이번 증자를 통해 기본자본비율(티어1)을 현재 11.9%에서 2018년 말 12.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14.1%다. 사업부문도 현재 4개에서 3개로 축소한다.
이에 따라 도이체방크는 개인·상업은행(CB) 부문, 기업·투자은행(IB) 부문, 자산운용부문 등 3개 부문으로 몸집이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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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자산운용부문은 지배지분을 제외한 보유지분을 2년 안에 처분해 20억 유로(약 2조5000억원)를 추가로 조달할 방침이다. 이번 자본확충은 2017년을 도이체방크 재기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존 크라이언(사진) 최고경영자(CEO)의 개혁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크라이언은 “증자를 통해 우리의 재무여건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업부문을 축소해 보다 단순하고 강력하면서도 성장하는 은행으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부실 모기지담보부증권(MBS) 판매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렀다는 낙인이 찍힌 뒤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수년간 누적된 경영난에 더해 지난해 미국 법무부로부터 무려 72억 달러(약 8조30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것이 직격탄이었다. 이는 5일 기준 도이체방크 시가총액(뉴욕증시)의 30%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도이체방크는 2015년 65억 유로 적자에 이어 지난해에도 14억 유로의 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은행은 독일에서만 4000개, 세계적으로 1만 개 일자리를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통해 연간 31억 유로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