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돋는 5개 홀 줄버디, 인비 여왕은 급이 달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박인비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마지막날 단숨에 8타를 줄이며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박인비. [싱가포르 AP=뉴시스]

박인비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마지막날 단숨에 8타를 줄이며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박인비. [싱가포르 AP=뉴시스]

‘골프 여제’ 박인비(29·KB금융그룹)가 화려하게 귀환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뒤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 장하나(호주여자오픈)-양희영(혼다 타일랜드)에 이어 박인비가 5일 싱가포르에서 끝난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은 올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서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 LPGA 위민스 챔피언스 우승 #4R, 5위로 출발해 무서운 뒷심 발휘 #8언더 몰아쳐 19언더로 통산 18승 #부상복귀 2번째 대회 만에 정상 탈환

지난 4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 탄종 코스에서 끝난 대회 3라운드. 이날 1타를 줄이는데 그친 박인비는 곧장 연습 그린으로 향했다. 박인비는 3라운드에서 33개의 퍼트를 했다. 시즌 네 번째인 이번 대회엔 처음으로 세계랭킹 톱10 이내의 선수가 모두 나왔다. 손가락 부상으로 8개월 간 LPGA투어에 출전하지 못했던 박인비의 세계랭킹은 12위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복귀전이었던 지난주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선 공동 25위에 그쳤다. 박인비는 “샷 감각이 A학점이라면 쇼트게임은 B나 C”라며 “쇼트게임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퍼트 머신’ 박인비가 8~12번홀까지 5홀 연속 버디를 기록한 스코어카드. [JTBC골프 캡처]

‘퍼트 머신’ 박인비가 8~12번홀까지 5홀 연속 버디를 기록한 스코어카드. [JTBC골프 캡처]

마지막날 선두 미셸 위(28·미국)에게 3타 뒤진 공동 5위로 출발한 박인비는 4번 홀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그러나 5번 홀에서 첫번째 버디를 잡아낸 이후 ‘퍼트 머신’ 의 위용을 되찾았다. 6번 홀 버디에 이어 8~12번 홀까지 5홀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결국 박인비는 합계 19언더파로 극적인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부상 이후 몸을 추스리는 동안 박인비의 샷은 더 견고해졌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나흘 동안 티샷을 딱 한 차례만 빼고 모두 페어웨이에 떨어뜨렸다. 아이언의 그린 적중율도 88%(64/72)나 됐다. JTBC골프 임경빈 해설위원은 “손가락 부상 이후 스윙 교정을 하면서 아이언샷이 더 견고해졌다. 최종일 퍼트를 보면 전성기 때로 완전히 돌아온 느낌”이라고 했다. 박인비는 마지막날 27개의 퍼트를 기록했다. 2015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이후 1년 4개월 만에 거둔 우승. 통산 18승을 거둔 박인비는 “3라운드가 끝난 뒤 퍼트 때문에 무척 화가 났다. 그러나 오늘은 나도 믿기지 않는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2위 에리야 쭈타누깐(22·태국)은 박인비에 1타 뒤진 합계 18언더파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