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문 연 섬마을 초등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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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충남 보령시 오천면 녹도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2006년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된 지 11년 만에 청파초등학교 녹도분교가 다시 문을 연 것이다. 폐교된 곳에서 학교가 다시 문을 연 것은 전국 처음이다.

충남교육청, 신입생 1명 위해 녹도분교에 순회학습장 설치

녹도분교 재학생은 신입생인 류찬희(7)군 1명. 류군 부모는 학교가 없어 배로 20분가량 떨어진 섬마을 학교 청파초 호도분교에 다녀야하는 아들을 위해 충남교육청에 ‘가족은 함께해야 하며 의무교육 대상자인 찬희를 국가가 책임져달라’고 요청했다. 녹도 주민들도 찬희를 돕겠다며 뜻을 모았다.

충남교육청은 심사숙고 끝에 녹도에 순회교육 학습장을 설치하고 호도분교 교사 한 명을 녹도에 파견키로 결정했다. 류군의 공부를 위해 건물을 새로 단장하고 파견 교사 숙소도 마련했다. 류군은 일주일에 사흘은 녹두 순회교육 학습장에서 수업을 받고 이틀은 호도분교에서 공부하게 된다.

충남 보령 청파초등학교 이민철 교장(왼쪽)이 녹도분교에 입학하는 류찬희군(오른쪽)과 호도분교 고가은양의 입학 허가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충남교육청]

충남 보령 청파초등학교 이민철 교장(왼쪽)이 녹도분교에 입학하는 류찬희군(오른쪽)과 호도분교 고가은양의 입학 허가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충남교육청]

류군의 입학식에는 섬마을에 10년 만에 학교가 생긴 것을 축하하기 위해 마을 주민 50여 명도 동참했다. 호도분교 신입생인 고가은(7)양과 재학생들도 참석해 류군의 입학을 축하했다.

류군의 아버지 류근필씨는 “마을에 다시 학교가 생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게 됐다”며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하는 밑거름이 됐고 교육청에도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정부가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유도하는 상황에서 녹도에 순회교육 학습장을 설치하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지역과 마을을 살리는 교육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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