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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후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21호 04면

이번 주 초에 잇달아 열린 두 곳의 시상식에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우선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가장 중요한 작품상 수상작이 잘못 호명되는 전대미문의 사고가 발생했죠. 셰릴 분 아이작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장은 1일 인터뷰에서 ‘봉투 배달 사고’를 낸 직원 2명에 대해 “영원히 아카데미에서 일할 수 없게 조치했다”고 화를 삭이지 못했습니다. 그저 매사에 철저한 확인만이 살길입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수상자가 자신이 받은 트로피를 즉석에서 경매에 부쳐 50만원에 팔아버린 일이 일어났습니다.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받은 가수 이랑은 시상대에서 “지난달 수입이 42만원이었다. 음원 수입이 아니라 전체 수입이다. 이번 달에는 고맙게도 96만원이다. 상금이 없어서 지금 이 트로피를 팔아야겠다”고 말했죠. 이 같은 행동에 대해 SNS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지만, 가수의 말에 선뜻 손을 들고 돈을 낸 사람이 가수의 제작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것이 미리 준비한 ‘퍼포먼스’였다는 것으로 정리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깜짝 이벤트’였다고 웃어넘기기엔 작금의 대한민국 청년들, 특히 예술가들의 현실이 너무 슬프고 암담하네요. 말로는 문화융성을 외치면서 정작 문화와 예술을 창조해내는 젊은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과연 무엇을 해주었는지.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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