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덕담 화기애애, MOU까지 체결하고 한국 뒷통수 쳐 #당시 회담한 조윤선 장관은 구속중...강한 대응하기도 무리 #
중국 측의 협력 약속을 받은 문화체육관광부는 이튿날 곧바로 ‘한류비자’ 도입 방침을 발표했다. 3박4일 기준 300만원 이상의 고가 여행상품을 산 중국인 관광객에게는 5년 동안 한국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복수비자를 발급하는 것이 골자였다. 개별관광을 즐기는 이른바 ‘프리미엄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중국 국가여유국은 3개월만에 한국의 뒤통수를 쳤다. 2일 주요 여행사 간부들을 불러 비공개 회의를 열고 한국 개별여행 상품 판매 금지 방침을 통보한 것이다. 이번 달은 마침 양국이 관광 분야의 협력을 위한 차관급 협의를 추진하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부처 수장 간에 MOU까지 체결해 놓고 이처럼 뒤집은 것은 한국 측이 항의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국내 사정이 여의치가 않다. 당시 리진자오 국장과 회담을 했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 기능 자체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측에 강한 대응을 하기란 쉽지 않다”며 “중국 역시 이런 상황을 악용해 사드 문제로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빌미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그 간 사드 문제가 관광 분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비판에 통계를 들어 반박해왔다. 사드 배치 결정 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가 오히려 늘었다는 논리였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6만 5243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8.3%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가을부터 한국 단체관광을 규제했지만, 요우커들의 여행 패턴이 이미 개별관광으로 바뀌어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이다. 외교가 소식통은 “중국 입장에선 이 부분이 사드 보복에 있어 구멍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개별관광까지 틀어막은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개별관광을 강조했다 오히려 타깃이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