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도난 '신고하나 마나'

미주중앙

입력

한인 김모(세리토스)씨는 얼마전 집에 도둑이 들었다.

사건 해결률 '고작 19.4%'
신고율 감소로 악순환 우려

김씨는 "도난 당한 귀중품은 약 3만 달러였다. 즉시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와서 리포트만 하고 그 이후 수사 결과라든지 특별한 답변은 없었다"며 "결국 신고를 하나마나,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경찰에 의존하기보다 내가 스스로 조심하는 게 가장 안전한 것"이라고 하소연 했다.

경찰 측은 인력 부족을 언급했다. LA카운티셰리프국 한 관계자는 "경찰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절도 피해 같은 재산 범죄는 뚜렷한 증거나 정황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한 사건에만 집중하는 게 쉽지는 않다"며 "하지만 범죄 발생을 줄이기 위해 순찰도 강화하고 접수된 사건이 해결될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범죄 피해를 당해도 신고는 결국 하나마나 일까.

실제 절도 및 도난 사건과 같은 단순 범죄에 대한 경찰의 사건 해결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한다 해도 사실상 별다른 소용이 없음을 보여준다. 1일 퓨리서치센터는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 산하 사법통계국(BJS) 연례 범죄보고서를 분석, "재산 관련 범죄(property crime)의 경우 경찰의 사건 해결률은 19.4%에 그쳤다"고 밝혔다.

재산 범죄 해결률은 지난 20여 년 전(1995년·17.6%) 통계와 크게 달라진 바가 없어 사실상 10건의 범죄 중 겨우 2건 정도만 해결되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범죄 신고와 관련 살인 사건(해결률 61.5%)을 제외하면 대부분 접수된 범죄 신고에 대해 낮은 해결률을 보였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자동차 절도 피해 신고율은 69%였다. 하지만, 경찰의 사건 해결률은 고작 13.1%에 그쳤다. 이밖에도 가중 폭행(54%), 성폭행(37.8%), 총기 강도(29.3%), 도난(21.9%), 단순 강도(12.9%) 등 대부분 접수된 사건은 절반 미만의 낮은 해결률을 보였다.

사건 해결률이 낮아지자 이는 자연스레 신고율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발생한 단순 폭력 범죄의 47%만이 경찰에 신고됐다. 재산 관련 범죄의 신고율 역시 35%에 그쳤다.

퓨리서치센터 존 그램리 박사는 "살인사건의 경우 60% 이상 해결이 되고 있지만 사실 1965년 당시 90%를 넘던 살인사건 해결률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아진 수치"라며 "전반적으로 재산 관련 범죄가 감소 추세임에도 실제 일상에서 미국인들은 오히려 범죄가 더 증가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실제 FBI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재산범죄 발생은 2487명(2015년)으로 1993년(4740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하지만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미국인의 84%는 미국의 범죄 발생과 관련 "더 증가하거나 예전과 엇비슷하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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