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세대 설득할수 있나 「자유수호」우익단체의 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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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 우리사회에서 보수 우익의 새로운 재야단체가 하나 잉태되고 있다.「자유수호 구국연합회」라는 이름의 이 단체는 예비역 장성들이 주축이 되고 사회 원로급인사들이 참여하여「자유주의수호」와「좌경사상배격」을 기치로 하여「반공이념 고취」를 외치고 나섰다.
40년전 공화정 창건당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건국이념으로 하여 출발했다. 그것은「인민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내건 공산국가와는 대칭되는 국가체제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체제에서 볼때 공산권과 대립되는 자유세계에 속한 우익 진영 국가의 일원이다. 그런 점에서「자유수호 구국련」과 같이 현상유지를 추구하는 우익 단체가 생겨난다고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더구나 최근 젊은 지식청년, 특히 학생층 일부에서 급진 좌경적사회운동이 일고 있는 만큼 노장층의 역할도 기대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이와 유사한 반공 우익단체들이 생겨나 자유의 수호는 커녕 오히려 부작용만 일으켜 국민을 괴롭혔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같은 과거의 경험에 비춰「자유수호구국련」이 건전하게 제 기능을 다 하려면 다음 몇가지 조건을 꼭 갖춰야 한다.
첫째는 정치를 초월한 자발적 민간단체로서의 순수성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나 정치단체의 보조를 받아 그것의 역할을 대행한다면 비정치적인 애국단체로서의 권위를 상실할 것이다.
그것은 과거 또는 최근의 일부 재야국민단체가 특정 정파 또는 정치인의 이익에 편향됨으로써 스스로 그 권위를 상실한 것과 다를바 없다. 그쯤 되면 국민대중과 유리된채 하나의 정치적 이익단체로 타락하고 만다.
둘째는 조직의 지도부가 사회적 양심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청렴결백하고 애국적인 자세를 지녀야 한다. 부패하고 때묻은 인사가 지도한다면 그 조직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수 없고 따라서 올바른 일을 해내지 못한다.
진실한 애국자라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 각오도 돼 있어야 한다. 자기 욕심에 탐닉하면서 국민을 팔고 애국을 외친다면 그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일 뿐이다.
세째는 이론무장을 갖춰야 한다. 구시대의 경험이나 향수, 안이한 사고방식만으로는 새로운 세대를 설득하거나 지도하지 못한다. 현대적이며 과학적인 이론체계를 개발치 못하면 어떤 사회운동도 성공할 수 없다.
혁신세력이 「급진」과 「과격」때문에 사회적 갈등과 위기의식을 조장한다면 보수세력은 「아집」과「안일」때문에 거부감을 일으킨다. 따라서「자유수호구국련」이 지도적 사회단체가 되려면 변화에 대한 탄력성을 잃지 말고 진보와 안정을 아울러 추구해야 한다. 「자유수호구국련」은 이런 원칙에 입각하여 스스로를 다시한번 점검하고 정비한 뒤에 참신하고도 합리적인 우국인사들로 출범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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