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중동" 가전업체 구애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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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가전업계가 오일달러를 겨냥한 '중동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디지털 TV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부호들을 공략하고 현지 특성을 살린 특화상품으로 시장을 파고 들겠다는 전략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란 테헤란에서 현지 바이어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품설명회를 열어 400여건의 판매 계약을 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달 25일부터 중동 최대 가전전시회 '테헤란 페어'에 출품했던 PDP.LCD TV와 드럼세탁기, 음이온 청소기 등 프리미엄 제품들을 이 설명회에 주로 선보였다. 70개국 200여 업체가 참가한 이 전시회에서 대우일렉은 100여평의 전시공간에 자물쇠 냉장고, 블루 TV, 코란 TV 등 현지화 제품을 내놓아 방문객이 2만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김승로 아.중동 사업단 상무는 "회사 매각 작업 중이라 구체적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지난해 중동지역에서 2004년 대비 23%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올해도 20% 이상 매출 증가세를 기대했다.

삼성전자의 전략은'귀족 마케팅'이다. 지난해 선보인 80인치 PDP TV는 겉에 옻칠을 하고 고객 서명을 TV 전면에 새기는 맞춤형 제품으로 한대에 1억3000만원 하는 초고가 제품이다. 또 백금을 도금한 회중시계 모양의 본체 위에 다이아몬드를 박은 90만원 짜리 MP3플레이어를 한정판으로 내 놓았다.

이들 제품은 현지 부호들을 중심으로 주문이 쏟아져 톡톡히 재미를 봤다. 이 밖에 업계 처음으로 이란어를 지원하는 TV를 내놓았다.현지 통신사업자들이 자동응답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점에 착안해 자동응답 기능 내장 휴대전화를 출시한 것도 성과를 거뒀다.삼성전자는 이란에서만 지난해 5억달러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LG전자는 하루에도 몇 차례 메카 방향으로 기도해야 하는 이슬람교도를 위해 방위 표시 기능을 가진 '메카폰'을 2004년 출시해 중동 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최근에는 중동인들이 김치처럼 즐겨먹는 대추야자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를 내놓아 호응을 얻었다. 일교차가 큰 기후에서 대추야자 보관에 적합한 25℃를 유지해주는 게 특징이다. 이밖에 8000만원짜리 금장 71인치 PDP TV를 왕족과 부호들에게 500대 가까이 판 것을 비롯해 스왈로브스키의 크리스털 4900개를 박은 '프렌치 디오스'냉장고 등으로 프리미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2002년 가동한 인도 공장을 중동 공략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2010년 인도공장의 매출 목표 100억달러 가운데 30% 이상을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거둘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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