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연장 무산 책임 두고 '민주-국민' 감정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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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추진에 힘을 모으기로 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특검 수사기간 연장 실패의 책임 문제로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야 4당 대표와 원내대표 연석회의에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야 4당이 남탓하기보다 지난 탄핵때처럼 국민의 신임에 충실해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등이 ‘선 총리 후 탄핵’ 논쟁을 끄집어내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무산 책임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감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무산 책임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감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그러자 박 대표가 “남탓이 아니다”라고 발끈했다.

박 대표는 “국민의당이 ‘선 총리 후 탄핵’을 제안했을 때 대안을 충분히 냈다”며 “최순실-우병우 사단을 청산하고 탄핵을 추진하자고 하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절차를 지키면서 질서 있는 퇴진, 박 대통령 탄핵이 얼마든지 가능했음에도 모 대통령 후보는 혁명적 상황과 청소를 운운하며 이를 거절했다”며 “오늘을 에측하지 못한 데 대해 변명하지 말고 책임있는 행동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앙금은 남았다.

추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당시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를 준다고 하면 정치인 개개인 또는 각 당이 다 ‘총리 떡고물’만 바라보고 탄핵에 집중하지 않는 상태가 되지 않았겠느냐”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추 대표는 “그건 광장의 촛불민심이나 국민이 대통령 퇴진ㆍ탄핵을 들고 나온 마당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며 “그것 때문에 국민의당 지지율이 폭락하지 않았나? 끝까지 그 고집을 가지고 12월 2일에 탄핵안을 발의하자고 하는데도 그때까지 미적대고 안 하고 그랬던 것 아니냐”고 했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부대변인도 “특정 주자를 자꾸 이야기하는 게 정략적이라고 본다”며 “사실관계도 복기하면 전혀 맞지 않는데 아전인수, 견강부회 식으로 본인들이 다 잘했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박 대표도 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에게 “대통령 후보로서 그런 것을 예측 못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다면 자기 입장은 나와야 할 것 아니냐? 민주당이 왜 반대했는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당은 지난해 11월부터 탄핵 정국 주도권 싸움을 벌여왔다. 탄핵소추안 표결 때 민주당은 12월 2일, 국민의당은 12월 9일 표결을 주장하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추 대표가 당시 새누리당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다른 야당과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만나자 박 대표가 크게 화를 내면서 양당의 감정의 골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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