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중국에 본토방문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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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유중국국민들은 본토와 그들을 갈라놓고 있는 장벽을 허물 준비가 되어 있으나 국민당정부는 38년간의 적대관계 완화를 놓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정부 내에서 의견이 갈라져 있는 것 같다.
관영 언론들은 수주간 지연되어온 제한적인 본토방문허용정책이 오는 14일에 정식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부의 이같은 제한적인 양보는 국민대 국민간의 아무런 제한 없는 교류와 중공과의 직거래를 요구하고있는 많은 자유중국국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다.
본토가족과의 재상봉을 허용할지도 모른다는 정부의 발표는 국민들의 감정을 잔뜩 부풀게 했으며 이에 당혹한 관리들은 국민감정 억제를 시도하고 있다.
본토방문 계획을 짜고 있다는한 본토출신노인은 『많은 외국인들이 중공을 방문한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 이산가족들이 고향에 가고자 하는 마음을 결코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모든 걸 상해에 남겨두고 왔다. 수주만 지나면 다시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고 이 할머니는 울먹였다.
그러나 수주는 커녕 수십년이 흘러갔다.
국민당정부는 본토수복을 다짐하며 국민들을 달랬고 『공산주의자들의 잠정적인 통치기간』동안 중공과의 모든 접촉을 금지하는 정책을 펴왔다.
이제 많은 자유중국인들은 자유롭게 본토를 방문하고 본토에 공장을 설립하며 통신과 교역을 개방할 것을 주장하면서 국민당정부 지도자들의 허세에 대항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등휘부총통·유국화행정원장 등이 포함된 국민당의 고위위원회는 현재 본토방문에 관한 세부사항을 마련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언론매체에 그 내용의 일부를 흘러주면서도 공식발표를 연기해왔는데 이는 국민들의 지나친 기대를 막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관광목적의 본토방문 금지 ▲군인·공무원·기자·교사의 본토방문금지 ▲본토방문자의 연령제한 ▲적십자사에 의한 본토 방문 주관 등이 그 내용이다.
정부대변인은 이위원회가 대만에 친척을 가진 중공인의 대만방문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서방외교관들은 국민당내의 강경파와 보안관계자들은 「본토열기」가 불고있는 만큼 본토여행금지를 완화하는 문제를 재고해야할 것으로 믿고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외교관은 강경파와 보안관계자들은 자유중국기업가들이 북경당국과 야합, 자유중국을 팔아먹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중국정부가 「부접촉·부타협·부협상」의 3부정책을 단순히 땜질하는 식으로 완화할 경우 국민들이 만족하지 않으리라는 신호는 많다.
지난주 자립만보의 두기자가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13일 동안 본토를 방문, 숨막힐 듯한 특종기사를 보내왔다.
정부는 두기자와 발행인을 기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신문은 투쟁을 다짐하며 사설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TV메이커는 최근 본토시장을 겨냥, 특별 제작된 TV세트를 생산하고 있다고 발표했고 한 전자회사는 중공에서 밥솥을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한 국민당 소속 입법의원은 중공수상 조자양을 자유중국에 초청해야 한다는 과감한 제안을 내놓았고 또 다른 한 의원은 본토에 공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정치분석가들은 국민당정부의 본토방문금지 완화조치가 국민당 정부나 중공정부가 똑같이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재통일을 향한 첫단계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그들은 이번 양보조치는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있는 국민당정부가 대중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풀이했다.
일부 자유중국 국민들은 이미 비밀리에 중공을 방문함으로써 시대의 추이를 앞지르는 과감성을 보이고있다.
그들 중 일부는 중공의 경제특구에서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은밀히 말하고있고, 또 일부는 고향으로 되돌아가겠다고 밝혔으며, 일부는 숨겨진 땅인 중공에서의 생활에 단순히 호기심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한 주민은 『왜 내가 본토에 가지 못하느냐. 그곳은 어디까지나 내 나라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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