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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말 전문병원 5월 문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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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말은 건강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속이 무척 예민해서 장이 꼬이기 쉽고, 매일 달리는 만큼 발목 등에 각종 질환을 달고 삽니다” 제주에서 30여 년간 경주마를 키운 마주 조동식(72)씨의 말이다. 조씨처럼 수십여 마리의 말을 키우다 보면 말이 흙이나 모래를 먹어 장이 꼬이거나 비정상적인 출산 등에 따른 긴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생긴다. 내시경수술·개복수술 등 전신마취수술이 필요한 경우 수술을 하더라도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급하게 현장에서 수술하는데 시설과 장비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말 산업 특구’이자 국내 대표적인 말 사육지인 제주도에 이런 예민한 말들의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동물병원이 들어선다.

제주대 수의과에 국내대학 첫 개원 #교수·수의사 등 20여명 의료진 구성 #50억 들여 수술·진료·회복실 갖춰

제주 렛츠런팜 말 전문 동물병원의 수의사들이 다친 말을 치료 중이다. 제주도는 오는 5월까지 말 전문병원을 추가한다. [사진 한국마사회]

제주 렛츠런팜 말 전문 동물병원의 수의사들이 다친 말을 치료 중이다. 제주도는 오는 5월까지 말 전문병원을 추가한다. [사진 한국마사회]

제주도는 23일 “오는 5월 말 국내 대학 최초로 제주대 수의과대학에 말 전문 동물병원이 문을 연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말 산업 특구 중장기 진흥계획’에 따라 2014년부터 말 전문병원을 건립을 추진해왔다. 말 전문병원은 말의 고장인 제주도의 지위에 걸맞은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제주대 수의과 교수진과 말 전문 수의사 등 20여 명이 진료와 치료를 맡는다. 병원 건립에는 50억원이 투입된다. 병원 내에는 수술실과 X-레이실·진료실·회복실 등 시설을 갖추게 된다. 초음파진단기·흡입마취기·내시경 등의 장비도 갖춘다. 제주대 측은 캠퍼스 인근 공공승마시설 부지에 들어서는 병원에 오는 5월까지 건축공사와 장비 배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전문의료기기가 도입되는 만큼 말 진단·치료부터 대형수술까지 두루 가능하다는 게 제주도 측의 설명이다. 초음파·내시경 등을 활용한 2차 진료와 비정상적인 출산 등에 따른내시경수술, 개복수술 등 전신마취수술도 가능하다. 특히 말들이 안고 사는 다리·발목 등의 관절질환 치료를 편리하게 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비교적 대형 수술로 분리되는 골편적출술, 관절경수술을 비롯한 관절질환 치료도 편리하게 받을 수 있다.

말 전문병원은 국내 말의 절반 이상이 키워지는 제주의 말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됐다. 현재 제주에는 전국의 말 2만6330마리 중 57%(1만5081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매년 전국적으로 생산되는 1400여 마리의 경주마 망아지 중 79%(1100여 마리)가 제주에서 나온다.

2014년 말 산업 특구로 지정된 제주는 승마장·경마장 등 다양한 말 관련 인프라가 있다. 하지만 관련 병원은 한 곳뿐이어서 말들의 진료와 치료에 어려움이 컸다. 그래서 성적을 내는 경주마나 2세를 생산하는 씨수마·씨암마가 아닌 일반마는 병원까지 옮기지 않고 개인 수의사가 현장에서 진료나 수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일한 말 전문병원이 한국마사회 렛츠런팜 경주마목장에 있는데 관절염이나 산통 등 수술이 1년에 400여 건이나 있을 정도로 바빠 이용하기 힘들었다. 제주도는 마사회의 렛츠런팜 병원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 아래 말 병원을 추진해왔다. 그동안 농가진료를 맡아온 개인수의사들 역시 간단한 진단과 교배관련 진료 등에 국한된 점도 병원 개원을 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김경원 제주도 축산과장은 “말의 고장임에도 말 질병과 관련된 치료 및 연구시스템이 미흡했다”며 “전문병원 개원을 계기로 말 질병에 대한 체계적인 진료와 연구를 수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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