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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커피점 이젠 포켓몬 사냥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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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편의점부터 햄버거 매장·커피 전문점·디저트 매장 등이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의 이른바 ‘성지’가 된다. 지정된 매장을 찾아가면 게임 아이템을 확보하거나 대결을 할 수 있다. 포켓몬고가 국내에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포켓몬고와 이코노미(Economy·경제)를 합친 이른바 ‘포케코노미’에 시동이 걸리고 있다.

유통업계에 ‘포케코노미’ 효과 #세븐일레븐, 전 매장 ‘포세권’ 협약 #휴대폰 용품, 핫팩 매출 60%대 증가 #햄버거·디저트 매장들도 속속 도입

세븐일레븐 전국 8500여개점 중 약 7700개는 포켓스톱, 약 800개는 포켓몬고 체육관으로 운영된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가면 게임 아이템을 확보하거나 다른 이용자와 대결할 수 있다. [사진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전국 8500여개점 중 약 7700개는 포켓스톱, 약 800개는 포켓몬고 체육관으로 운영된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가면 게임 아이템을 확보하거나 다른 이용자와 대결할 수 있다. [사진 세븐일레븐]

23일부터 세븐일레븐의 전국 8500여 개 점포 중 약 7700개는 포켓스톱, 약 800개는 포켓몬고 체육관이 된다. 포켓몬고 개발사인 나이언틱과 세븐일레븐이 업무 제휴를 맺으면서다. 포켓스톱은 포켓몬을 잡을 때 필요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곳이고 체육관은 이용자 간 대결 장소다. 세븐일레븐은 나이언틱에 계약금을 한 번에 지불하고 계약된 기간 동안 매장을 포켓스톱과 체육관으로 활용한다.

포켓몬고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세븐일레븐은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23일에 깜짝 발표를 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사전에 가맹점으로 마케팅 정보가 전달됐는데 한 아르바이트생이 이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것이다. 이 소문은 포켓몬고 이용자들 사이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동네 곳곳에 있는 편의점이 포켓스톱이나 체육관이 되면 새로운 ‘포세권’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포세권은 포켓스톱과 역세권을 합친 신조어다.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는 “상대적으로 포켓스톱이나 체육관이 부족한 수도권 외 지역에서 관심이 높다”며 “게임 이용자가 몰리면 점포 매출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3일부터 ㈜롯데리아가 운영하는 7개 브랜드의 2709개 매장도 포켓스톱이나 포켓몬 체육관으로 운영된다. 롯데리아·엔제리너스커피·TGI프라이데이스·크리스피크림도넛·나뚜루팝·빌라드샬롯·더 푸드 하우스 매장이 포함된다. 햄버거부터 커피와 각종 디저트 매장에 포켓몬고 이용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패션 업계에서는 포켓몬고 열풍을 계기로 포켓몬 캐릭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상품도 내놓았다. 이랜드월드의 SPA 브랜드(기획·생산자가 유통·판매까지 하는 브랜드) 스파오는 포켓몬 협업(콜라보레이션) 상품 12종을 판매하고 있다. 피카츄·라이츄·꼬부기 등 인기 캐릭터들을 적극 활용한 상품들이다.

유통 업계가 나이언틱과 제휴를 맺는 것은 포케코노미 효과를 노려서다. 게임 이용자가 몰리면 포세권이 형성되고 매출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미 포켓스톱이나 체육관 주변 상점들 사이에서는 포켓몬고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커피빈코리아에 따르면 대표적인 포세권인 서울 보라매공원동문앞점은 게임 출시 한 달 전과 비교해 출시 후 한 달 동안 매출이 24.5% 늘었다. 서울 올림픽공원점도 같은 기간 12.5% 매출이 상승했다. 커피빈코리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포켓스톱이 있는 매장 정보를 알려주기도 했다. 이진현 보라매공원앞점 점장은 “연령층이 낮은 고객, 와이파이와 충전 좌석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포세권 인근에서는 보조배터리 같은 휴대폰 용품이나 핫팩 매출이 상승했다. 세븐일레븐이 게임 출시 전 한 달과 출시 이후 한 달 간 매출을 비교해 보니, 서울 보라매공원 인근 점포에서는 휴대폰 용품 매출이 74.2% 늘었다. 이용자들이 추운 날씨 속에서 포켓몬을 찾아다니다보니 핫팩 매출도 65.5% 상승했다. 부산시민공원 근처 점포도 같은 기간 휴대폰 용품과 핫팩 매출이 각각 63.7%, 64.1% 증가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포케코노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제휴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타벅스와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 등이 나이언틱과 손을 잡았다. 스타벅스는 포켓스톱이나 체육관 매장을 1만2800곳으로 확대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포켓몬고 프라푸치노’ 같은 특별 메뉴를 판다. 스프린트도 1만500개 매장을 포켓스톱이나 체육관으로 만들었다. 유럽에서도 포켓몬고를 활용한 매장의 고객 붙들기가 한창이다. 최근 유럽 최대 상업용 부동산 기업인 유니베일-로담코도 나이언틱과 제휴를 맺고 유럽 10개국, 58개 쇼핑센터 내에 있는 개방된 공간을 포켓스톱으로 체육관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포켓몬고 열풍이 어디까지 갈 지, 장기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질 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포켓몬고 협업 마케팅을 통해 달성된 구체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가 발표되지는 않았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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