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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에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무역제재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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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공일이 만난 석학 (1) 로버트 호매츠 전 미국 국무부 차관트럼프 시대 세계는 어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한 달. 미국이, 세계가 정말 시끄럽다. 트럼프 시대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로버트 호매츠(Robert Hormats) 전 미국 국무부 차관을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이 만났다. 대담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 무역협회 사무실에서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한 달 새 미국 더 분열 … 혼란스럽다 #내가 모신 5명과 매우 다른 대통령 #미, 북한 선제공격 가능성 없어 #그건 반드시 한국과 협의할 문제 #‘아시아 회귀’ 핵심 TPP 탈퇴는 잘못 #트럼프, 일·영과 FTA 추진할 것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과 로버트 호매츠 전 미국 국무부 차관(왼쪽)이 지난 18일 뉴욕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호매츠는 “트럼프는 냉전 이후 어떤 미국 대통령과도 다른 캐릭터”라며 특히 미·중, 미·러 관계의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뉴욕=안정규 JTBC 기자]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과 로버트 호매츠 전 미국 국무부 차관(왼쪽)이 지난 18일 뉴욕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호매츠는 “트럼프는 냉전 이후 어떤 미국 대통령과도 다른 캐릭터”라며 특히 미·중, 미·러 관계의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뉴욕=안정규 JTBC 기자]

▶사공일=트럼프 행정부 첫 한 달을 어떻게 평가하나.

▶로버트 호매츠=혼란스럽다(chaotic). 미국을 하나로 뭉치게 하지 못했다. 이미 분열된 미국을 더 분열시켰다. 트럼프의 정책 일부는 선거운동 기간에 말한 것과 비슷하나 과거 입장을 합리적으로 바꾸기도 했다. 예를 들면 아베 일본 총리 방미 시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든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한 비판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라든지, 외교정책 분야에서 극단적인 입장을 번복한 것 등이 그렇다.

▶사공=‘하나의 중국(One China)’을 인정한 것도 중요한 사례다.

▶호매츠=그렇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함으로써 시진핑 국가주석을 안심시켰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있는 틸러슨 국무장관, 매티스 국방장관 등 매우 합리적인 사람들이 트럼프가 어떤 부분에서는 선거기간 동안의 입장에서 물러서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득한 것 같다.

▶사공=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다.

▶호매츠=맞다.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건설과 불법체류자 추방, 멕시코에 국경세 부과 등에 있어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사공=앞으로 트럼프가 공약한 것을 이행하려면 행정명령(Executive Order)만으로는 안 된다. 의회의 협조를 받아 입법을 해야 하지 않나.

▶호매츠=지금까지 입법을 통한 조치는 한 건도 없었다. 무역, 조세, 정부지출 등은 입법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트럼프는 대의회 전략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사공=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제재할 수 있는 사법부와의 관계도 삐걱댄다. ‘소위 판사(so-called judge)’라는 말까지 했다.

▶호매츠=언론을 ‘시민의 적’이라고 부를 정도로 적대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정보 접근 중요성마저 훼손할까 걱정스럽다.

▶사공=그렇다면 앞일이 문제 아닌가. 불행히도 이미 트럼프 탄핵 가능성까지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호매츠=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잘 모르겠다.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는 자세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대통령선거 과정에 러시아가 관련됐다는 것과 함께 트럼프 선거팀과 러시아의 협력은 그 내용에 따라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며칠 전에 미 연방수사국(FBI)이 상원 정보위원회에 트럼프 선거팀과 러시아의 접촉 내용에 관해 보고했지만 아직 공개된 내용은 없다.

▶사공=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미국인은 트럼프가 취임 후 한 달 동안 한 일에 박수를 치고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호매츠=지난 30여 년간 제조업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것을 중요한 요인으로 들 수 있으나 나는 2008년 금융위기가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이 두둑한 보너스와 주식시장 호황을 즐기는 동안 세계화와 기술발전 과정에서 소외된 상당수 미국인은 기존 지도층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더욱 분노하게 됐다. 트럼프는 소외감을 느끼고 분노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월스트리트를 기득권 세력이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사공=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당선 후 월스트리트의 중심에 있는 골드만삭스 출신 인사들을 상당수 중용했다. ‘거버먼트삭스(Government Sachs)’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과거에도 재무장관을 위시한 정부 요직에 골드만삭스 인사를 중용했다. 골드만삭스 사람들이 중용되는 특별한 요인이 있나. 골드만삭스 특유의 문화가 있다고 보나.

▶호매츠=일반적으로 골드만삭스 인사들은 평소 정치 이슈에 관심을 갖고 주요 정책담당자와 상·하원 의원 등과 긴밀한 관계 유지를 위해 남달리 노력한다고 본다. 대표적 인사로 로버트 루빈,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나도 그런 경우다.

▶사공=어쨌든 골드만삭스 주가는 크게 뛰었고 월스트리트와 주식시장은 금융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겠다고 2007~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만들어진 법과 규제도 크게 완화 내지 철폐하겠다는 것은 분명히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호매츠=동감이다. 물론 일부 지나친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

▶사공=월스트리트와 주식시장이 환영하는 것은 그러한 규제 완화와 함께 경기부양을 위한 법인세율과 일부 소득세율 조정을 기대하기 때문 아닌가.

▶호매츠=그렇다. 그런데 규제 완화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일단 가능하지만 국경조정세 도입이나 세율 조정은 의회가 동의해야 한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사공=트럼프가 추진하는 조세 개혁이 되더라도 트럼프를 지지해 준 서민과 근로자 계층에 불리한 효과를 가져오게 돼 있어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이다. 이제 화제를 바꿔보자. 미·중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호매츠=일단 ‘하나의 중국’ 문제는 해결돼 다행이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것을 알고 있으나 그의 지지자들이 중국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압력을 계속 가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보호무역주의적 조치가 조만간 어떤 형식으로든 나올 것으로 본다.

▶사공=매티스 국방장관이 한국을 제일 먼저 방문한 것은 트럼프가 한반도 문제와 북한 핵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호매츠=한반도 문제와 북한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 문제는 반드시 한국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

▶사공=얼마 전 미·일 정상회담이 아주 잘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중국의 존재를 의식할 때 미·일의 이해관계가 합치되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가 아베가 원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는 탈퇴했지만 미·일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호매츠=나도 역할을 한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의 중심으로 추진된 TPP에서 미국이 탈퇴한 것은 잘못됐다. 트럼프는 영국·일본과 FTA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사공=미국이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로 적극 회귀하고 적극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이 지역뿐 아니라 미국과 세계 전체를 위해 중요하다. 그것은 적어도 앞으로 수십 년간 이 지역은 계속해서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역동적일 것임을 트럼프가 빨리 이해해 주길 바란다. 현재 한국은 사드 문제 때문에 대중 관계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드는 한반도 방어용인데도 중국은 여전히 강하게 반대한다.

▶호매츠=트럼프는 대중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사공=4년 후 미국의 모습을 어떻게 전망하나. 트럼프가 초기의 혼란과 이해충돌 문제를 극복하고 정상 궤도에 올라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나. 만약 지금과 같은 혼란이 지속된다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많은 혼란과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호매츠=냉전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세제와 규제 문제에 관해 다른 시각을 보였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두가 사려 깊고 합리적인 국제주의자(internationalist)였으며 보호무역주의자가 아니었다. 나는 닉슨, 포드, 카터, 레이건,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한 바 있다. 국가안보, 경제 거버넌스, 동맹에 대한 지원, 무역 관계 확대, 정치적 대화의 예의 등에 관한 근본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내가 모신 5명의 대통령은 매우 유사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이런 이슈들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는 매우 다르다.

▶사공=언론으로부터 공격받고 상당수 지도층으로부터 소외됐다고 느낀 트럼프가 다시 유세(캠페인)에 나섰는데 정상적으로 보나.

▶호매츠=어쨌든 앞으로도 수시로 캠페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리=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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