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가 왜 중요한가, 팬 4억 관리하는 레알 마드리드를 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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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의 격랑 앞에 섰다. 이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변혁)을 이루는 데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베테랑으로 꼽히는 고순동(59·사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의 말이다.

고순동 한국MS 대표 #삼성·LG·아산병원과 플랫폼 구축 #IoT·헬스케어 분야에서 이미 활용

그는 지난 10일 만난 자리에서 클라우드와 데이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2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수장에 오른 그는 ‘클라우드 우선’을 내걸면서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난해 3월 세계에서 7번째로 한국에 사이버보안센터 문을 열었고, 지난 2월 21일에는 애저를 서비스하는 데이터센터 리전(2개 이상의 데이터센터 묶음)을 서울과 부산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 본사와 마찬가지로 매출의 무게중심을 오피스·윈도우에서 클라우드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세계 각지에서 34개의 리전을 설치·운영 중이다. 이 중 두 곳이 한국에 있다.

사이버보안센터와 리전 운영은 클라우드 마케팅의 출사표나 마찬가지다.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데이터”라는 말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수많은 데이터는 있었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웠다. 그는 “과거의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 정보가 아니었다”면서 “클라우드는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한데 묶어서 정보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무궁무진하게 담아둘 수 있는 그릇인데,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사용료도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고 대표는 클라우드로 변혁을 이룬 사례로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스포츠 구단으로 꼽히는 레알 마드리드를 꼽았다. 레알 마드리드의 팬은 4억5000만 명에 이르는데 구단은 이들의 성향과 관심사를 애저로 분석했다. 여기서 나온 결과에 따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롤스로이스·자라도 애저를 통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기업을 혁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의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가 양분하고 있다. 현재 1위는 아마존이다. 고 대표는 이에 대해 “클라우드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까지 보유한 것은 애저뿐”이라며 경쟁력을 강조했다.

고 대표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맞춰 애저의 효용성을 보여주는 사례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시스템 에어컨에 사물인터넷(IoT)과 머신러닝 플랫폼을 붙여 나오는 데이터를 애저로 수집할 계획이다. LG전자도 디지털 사이니지(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디스플레이 스크린이나 프로젝터에 영상·정보를 표시하고 네트워크로 원격 관리하는 융합 플랫폼)의 관리 서비스를 애저로 해결하기로 했다. 아산병원은 헬스케어 분야의 빅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애저를 이용하고 있다.

고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코딩도 못하는 경영학 전공자이지만 30년 넘게 ICT 업계에서만 경력을 쌓았다. 특히 22년 동안 일한 IBM에서의 경력이 돋보인다. 1980년대 후반 IBM은 혁신을 주도하는 태스크포스를 꾸렸고 세계 각국의 지사에서 젊고 뛰어난 인재를 팀원으로 선발했다. 당시 그는 이 팀의 리더로 뽑혀 ‘고순동’이라는 이름이 업계에서 널리 알려졌다. 글로벌 서비스부문 사업개발담당임원 등을 지낸 그는 2003년 삼성SDS 전략마케팅 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SDS에서는 공공부문에서 큰 성과를 냈고, 이를 발판으로 2010년 사장에 올랐다. 삼성SDS 역사상 외국계 기업 출신 첫 사장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고 대표는 지난해 임직원 700여명에 불과한 한국마이크로소프트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이직 이유는 업계에서도 관심사였다. 그는 “8조원 매출의 기업 CEO도 해봤는데 무슨 욕심이 더 있었겠느냐”면서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마치 벤처기업 같은 활기가 넘친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