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전설의 디자이너가 만든 한복 드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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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공개된 캐롤리나 헤레라와 한복진흥센터의 협업 의상들. [사진 한복진흥센터]

1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공개된 캐롤리나 헤레라와 한복진흥센터의 협업 의상들. [사진 한복진흥센터]

미국 역대 퍼스트레이디가 먼저 찾는 디자이너, 웨딩 드레스의 대가. 뉴욕의 전설적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78)를 꾸미는 수식어다. 국내에서는 이런 명성과 별개로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11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한복을 모티브로 한 패션쇼를 선보인 것. 심플한 드레스·셔츠에 한복 저고리 고름을 응용한 허리장식과 깃을 녹여내거나 풍성한 주름 치마으로 한복의 실루엣을 살린 의상들이 런웨이에 대거 등장했다. 특히 조선 영·정조 시대 관모를 본딴 모자는 쇼의 백미를 보여주며 "코리아니즘을 극대화시켰다"는 호평을 들었다.

이를 재현하듯, 최근 헤레라는 또한번 한복을 재조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복진흥센터(최봉현 센터장)와의 협업을 통해서다. 홍익대 간호섭 교수(패션디자인과)가 총괄 디렉터를 맡아 양측이 자료와 의견을 교환하며 8개월 간 진행됐다. 간 교수는 이날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한복 세계화의 첫 걸음"이라는 말로 이번 작업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 아트앤디자인박물관에서 협업 의상들을 첫 공개한데 이어 국내에서는 22일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서 쇼케이스가 열렸다. 한복을 모티브로 제작한 3벌이 선보였는데, 쓰개장식을 베일로 응용한 웨딩 드레스, 궁중의상에서 모티브를 딴 이브닝 드레스, 당의 고름을 단순화시킨 치마정장 등 3벌이었다. 헤레라는 행사에 앞서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복만이 아닌 한국문화 자체에 크게 매료됐다"는 말로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헤레라와의 일문일답.

캐롤리나 헤레라, 2011년 이어 두번째 한복 모티브 디자인

캐롤리나 헤레라 [사진 WWD]

캐롤리나 헤레라 [사진 WWD]

-캐롤리나 헤레라의 브랜드 정체성은 우아함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협업에서 한복의 어떤 요소들을 찾아 냈고, 이를 브랜드 색깔에 어떻게 접목시켰나.

"2011년 쇼를 준비하며 우연히 한복을 알게됐을 때 전통색은 물론 다양한 세부요소들에 매료됐다. 이번에도 그 영감을 이어갔다. 고름 여밈 재킷이나 과할 정도로 겹겹으로 만든 웨딩드레스는 딱 봐도 한복의 특징이라는 걸 나타내면서 우리 브랜드의 모던함·글래머러스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당신과 한복의 만남은 맨해튼 아뜰리에에서 일하던 한국인 재봉사가 보여준 한국 전통 결혼식 사진이 계기가 됐다고 알고 있다. 한복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은.

"모든 패션이 그러하듯 스타일은 특정 시대와 문화를 반영하고 거기에 따라 달라진다. 낯선 옷을 보며 그 옷을 입었던 시공간을 상상해볼 수 있었고, 나중에는 한복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알아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재키 오나시스, 미셸 오바마, 로라 부시, 그리고 멜라니아 트럼프까지, 퍼스트레이디들이 당신 옷을 찾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무엇보다 그들이 내 옷을 원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 내 옷이 남달라서가 아니라 퍼스트레이디들이 입었을 때 그 옷이 훨씬 더 특별해지는 것이다."

-당신은 디자이너 중에서도 대표적인 베스트 드레서로 꼽힌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여전히 리스트에 오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나는 동시대 여성들에게 어떤 책임감을 갖고 있다. 그들이 내 옷을 입었을 때 더 자신있고, 더 아름다고, 더 세련됐다고 느껴야 한다. 그래서 언제나 변화에 주목한다. 긴장의 힘이 아닐까."

-뉴욕 패션위크뿐 아니라 전세계가 급속히 달라지고 있다. See Now, Buy Now(컬렉션을 여는 동시에 판매하는 시스템)는 물론이고, 남녀 컬렉션이 합쳐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영향력을 발휘한다. 캐롤리나 헤레라는 어떤 방향성을 지니는가.

"맞는 말이다. 이런 흐름에서 올해 나는 인생의 어떤 전환점을 맞는 듯하다. CH 캐롤리나 헤레라(세컨드 라인)가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는데, 그 자체가 패션하우스 입장에선 기념비적인 일이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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