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節稅 매물'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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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10월부터 서울과 5대 신도시,과천에서 1가구 1주택자들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강화 조치 시행을 앞두고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중심으로 절세를 겨냥한 매물이 부쩍 늘고 있다.

10월부터 이들 지역에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기존의 '3년 보유'에다 '1년 거주 요건'이 추가되기 때문에 이 조건을 맞추지 못하는 주인들이 서둘러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 택지개발지구.송파구 잠실 저밀도지구 등에선 이 달 초 이후 나온 매물의 최고 60% 정도가 이 같은 매물이라고 현지 부동산업소들은 전한다.

투기지역 지정에 따른 양도세 부담으로 매물이 크게 부족한 가운데 이런 매물이 그나마 매물 숨통을 터주고 있다.

?투자 목적 '절세 매물'쏟아져=실거주자들보다 투자자들이 많은 개포지구에선 요즘 나오는 매물의 50~60%가 1가구 1주택자들의 양도세 절세 매물이다. 시가 6억원 이하로 3년 이상 보유할 경우 양도세 부담이 전혀 없는 13.15평형 등의 매물이 많은 편이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 "다른 지역에서 전세로 살면서 개포지구에 투자를 한 1가구 1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때 팔고 다시 사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개포지구에선 그동안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 3~5년 전 아파트를 산 투자자들은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지 않으면 양도세를 1억원 이상 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 저밀도지구에도 절세 매물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신천동 진주부동산 문제능 부장은 "중개업소 별로 20~30%는 9월 말 이전에 팔아달라는 매물"이라며 "하지만 호가는 낮추지 않고 시세대로 내놓아 가격 하락 압력은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동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이런 절세 매물을 제외하곤 굳이 서둘러 팔려는 사람들이 없다"며 "대기자들이 많아 매물이 나오면 쉽게 소화된다"고 전했다.

서초구 반포 저밀도지구, 강동구 고덕지구 저층단지에도 절세 매물이 중개업소 별로 10~30%에 이른다. 서초구 나산공인 이덕원 사장은 "1년 거주 요건을 채우려면 재건축사업이 끝나는 5~6년 뒤에 가능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며 "특히 양도세 규정이나 집값 전망이 불투명해 장이 좋을 때 팔려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고 말했다.

과천 이화공인 관계자는 " 지난 5월 말 주택 투기지역 지정 이전에 많이 팔았기 때문에 현재 절세를 겨냥한 매물은 많지 않지만 이달 말 이후에는 이 같은 매물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투자 체크 포인트=내집마련 실수요자들은 양도세 절세 매물을 노려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년 거주요건을 채우지 않아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한인 9월 30일이 다가올수록 시세보다 싸게 매도하려는 투자자들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양도세 부과 때 적용하는 양도일은 계약일이 아니라 잔금 정산일이나 등기 접수일 중 빠른 날을 기준으로 한다. 이우진 세무사는 "계약 후 열흘이나 보름 이내에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나오는 급매물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매물을 사려면 미리 자금을 마련해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원갑 기자

<사진설명전문>
10월부터 서울·신도시 등에서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강화되자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절세를 노린 매물이 많아 나온다. 사진은 서울 잠실 저밀도 재건축 단지 전경.[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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