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류 경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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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체에 연패, 게다가 역전패까지… 움베르토 코엘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53)이 베트남과 오만을 상대로 충격적인 2연패를 당해 부임 8개월여 만에 경질 위기에 몰렸다.

코엘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2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오만의 무스카트에서 벌어진 2004 아시안컵(중국) 2차예선 E조 2라운드에서 홈팀 오만에 1-3으로 참패했다. 월드컵 4강 멤버 6명을 선발 투입한 '코엘류호'는 후반 2분 정경호(울산)가 선제골을 넣었으나 후반 14분 알 누비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뒤 2골을 더 내주며 망신스런 패배를 당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9월 랭킹 98위 베트남에 0-1로 패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랭킹 102위 오만에 또다시 일격을 당한 코엘류 감독은 임기를 반도 채우지 못한 채 당장 중도하차를 염려해야 할 처지다. 지도력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이상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축구계 안팎의 중론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3일 조중연 전무가 오만에서 돌아오는 대로 곧바로 대책회의를 소집, 경질 가능성을 포함한 코엘류 감독에 대한 전면 재평가 작업에 돌입한다. 이 자리에선 경질을 전제로 한 계약상의 문제까지 꼼꼼히 따지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코엘류 감독이 8개월 동안 받은 성적표는 월드컵 4강 한국의 위상을 의심할 정도로 초라하다. 4승 1무 5패. 그나마 4승은 일본 베트남 네팔 오만 등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한 승리였고,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콜롬비아 등 나머지 상대에게는 단 1승도 건지지 못했다.

아시안컵 예선 5경기를 제외하면 5번의 평가전에서 단 1득점의 빈공이다. 한 축구 전문가는 "현재까지 코엘류 축구 특유의 색깔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한다. 내년 7월 아시안컵 본선과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계획 없이 표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상시국에 처한 협회 측은 '실망스런 결과이긴 하나 아직은 경질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FIFA 총회를 마치고 귀국한 정몽준 회장은 외부적으로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로 협회는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안의 무
게감이 다르긴 하지만 차범근 감독이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에 0-5로 참패한 뒤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도중하차한 사례도 있다. 코엘류 감독이 24일 네팔과의 3차전을 끝내고 귀국하는 즉시 경질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코엘류 감독은 지난 2월 협회와 1년 6개월 계약을 한 뒤 3월 공식 부임했다. 설사 이번의 경질 위기를 모면한다 해도 내년 7월 아시안컵 본선후 재계약 가능성은 이미 희박해진 셈이다.

일간스포츠=박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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