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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대중소설 체계…최근 종교·사회소설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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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독서계에서는 그때마다 한 시대를 재단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군을 형성했다.
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작가들의 작품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예는 흔치 않았다.
『데미안』『생의 한가운데서』 등 외국번역서들이 베스트셀러의 주종을 이루어왔으며, 10만부이상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혜린의 수필집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와 박계형씨의 장편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등도 대체적으로 「서구적 가치관의 앞선 도입」에 의존함으로써 당시 우리 문화의 빈곤상을 보여주었다.
70년대의 산업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소외된 인간들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하며 국내작가의 베스트셀러는 양산된다.
황석영씨의『객지』는 우리 문학에서 처음으로 근로자의 어두운 삶을 다루어 주목을 받았으며,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역시 산업화사회에서 버림 받은 근로자들과 경제발전의 그늘에 가려있는 「난장이일가」를 통해 70년대 우리 사회의 모순을 극명히 그려냈다.
그러나 산업화시대의 부산물로 제기된 것은 노동문제만이 아니었다. 최인호씨의 『별들의 고향』은 대도시를 떠도는 한 여성을 모델로 잡아냄으로써 발간 3년동안 40만부가 나가는 등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와 함께 방황하는 성의풍속도를 그린 조해일씨의 『겨울여자』도 수십만부가 팔려나감으로써 70년대 중반엔 조선작씨의 『영자의 전성시대』와 함께 성을 상품화한 이른바 호스티스 소설들이 「대중소설의 꽃」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또 경제발전의 풍요 속에서 사라져 가는 서커스단의 애환을 그린 한수산씨의 『부초』, 월남전을 그린 박영한씨의 『머나먼 쏭바강』 등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다.
80년대로 넘어오면서 이문열씨의 『사람의 아들』과 김성동씨의 『만다라』가 각각 30만부를 기록해 근대화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증후로 나타난 종교에 대한 열광적인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사회의 밑바닥인생을 욕설과 함께 그대로 드러낸 황석영씨의 『어둠의 자식들』, 각계각층을 종횡무진으로 두들긴 이신우씨의 『옛날 옛날 한옛날』이 각각 20만부 이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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