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문제 유교정신으로 해결하자"|문명사연구가 사세휘 일본 교수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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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작년에 나는 한 책을 통해 미국을 앞지르고 있는 일본이 한국에 뒤지게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바 있지만 정치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은 가까운 장래에 정치문제나 노사분쟁등 어려운 고비를 넘어서지 않으면 2010년에 일본을 추월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여러가지 이유에서 이같은 전망을 보류했다.
정치의 민주화나 노동의 개선은 그동안 내재된 적지않은 왜곡에 대한 시정, 요구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게될 것이며, 특히 한국이 저임금 문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서기가 힘겨우며 일본 추월도 환상에 그칠 우려가 있다.
정치의 경우 50% 정도의 민주화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수 없다. 그러나 경제의 경우는 다르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명목으로 1백%의 해결을 노리다가는 큰 혼란에 빠지게될 것이다. 경제의 여러가지 문제는 일보 일보 해결해 나가는 것이 순리다.
한국경제의 수준에서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서양국가가 개인을 제일로 여기는 반면 한국등 유교국가는 사회나 국가를 중히 생각하고 있어 어느 정도 속박된 체질을 갖추고있다.
이와관련, 나는 한국에서 발간된 책 『일본이 미국을 추월하고 한국에 지게되는이유』에서 동아시아의 나라들은 유교 문명권에 속하기 때문에 저력이 있다고 논증한바 있다.
특히 집단을 위해 개인을 회생하는 정신과 윤리감은 동양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이는 서양인의 개인주의에 반대되는 것으로 일본사람은 회사를 위해 희생하고 한국사람은 혈연 중심의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또 윤리감이 강해 사회질서가 확립, 사회가 안정되어 있다. 그래서 유교문명권은 법으로 강제적으로 구속하지 않아도 양심에 따라 도덕을 지키므로 경제가 발전된다고 보았다.
노사협력만해도 그렇다. 일본 사람은 애사정신이 강한데 이것은 유교의 충효의 정신구조가 변형된 것이다. 회사란 마을공동체의 연장이라고 할수 있으므로 사원이 협력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한국도 다르지않다.
서양은 동종기업간의 연결이 강해 경영자와 노동자간의 대결이 격심하다.
화의 정신으로 이루어진 일본의 노사는 나쁘게 말하면 복종관계에 있으나 기업간 노조의 연결이 약해 일시적으로 어려운 국면을 넘어서서 노사간 타협을 쉽게 이룬다.
일본도 30여년 전에는 노동자들이 경영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점잖지 못한 사태가 일어나 사회의빈축을 샀다.
대체로 서양인이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드는 반면 동양인은 비폭력으로 접근했다. 특히 상하관계를 존중하는 유교국가에서는 하에 대한 상의 인이 요구됐으며 상에 대한 하의 경의와 협력을 이상으로 여겼다.
어느 나라나 한 시기에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등 나쁜 조건의 시정을 둘러싸고 과도기적 혼란을 겪였다. 한국도 예외일수 없다. 그러나 유교국가에서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유교를 부정해버린 중공은 1960년대 문화혁명때 반윤리걱인 행위가 잇달아 일어났으며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며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한 한국에서도 노사분쟁 해결에서 경영자는 인을, 종업원은 협력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이나 소련·일본등 3개국은 자국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는 탓으로 인류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이의 반성에도 한계가 있다. 지금 자기나라 일만 머리에 가득한한국인이 세계 평화를 생각할 여유가 없지만 어느 시기가 되면 이웃 국가에 책임을 갖는 국가가 될 것이다. 한국은 과거에 압박받은 민족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어려운 고비를 넘어서면 진보의 속도가 매우 빨라져 2010년에는1인당 GNP나 기술 수준이 일본을 따라잡게될 것이다.

<약력>
58세. 모만츨신. 모만대학졸업. 원자물리학전공 리학박사. 문명사연구로 방향전환, 현 일본 동해대학 문명연구소 교수. 저서로는 『일본근대 2백년의 구조』 『20세기과학』 『제3의 세계사』 『20세기는 이렇게 된다』 『일본이 미국을 추월하고 한국에 지게되는 이유』(한국에서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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