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얼리니스트 박재홍군 유럽무대 "샛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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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파리=홍성호 특파원】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중인 백건자· 정경화씨에 뒤이어 역량있는 한국인 연주가가 또 한사람 새로 태어났다. 오는 10월2일과 9일 두차례에 걸쳐 영국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런던필하모니와 협연하는 바이얼리니스트 박재홍군(23).
현재 런던의 「로열 컬리지 오브 뮤직」 (왕실음악대학) 대학원과정에서 3년째 왕실 장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박군은 런던 필하모니의 87∼88시즌 정기연주회에 이 학교대표로 특별초청되어 「시벨리우스」와 「슈트라우스」 「카차투리언」, 그리고 「칼·데이비스」 (런던 필 지휘자)의 곡들을 연주하게 된다.
이번 런던 필 고전연주회 시리즈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자와 바이얼리니스트 정경화가 함께 초청되어 각각 내년2월15일과 4월7일에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어서 앞서의 박군과 함께 한국인 연주가 3명이 로열 페스티벌 홀 무대를 장식하게 되었다.
박군에게 세계무대의 데뷔라고 할 수 있는 런던 필과의 협연기회가 주어진것은 지난해가을 런던 필 관계자들이 교내콩쿠르에 참석, 박군의 뛰어난 기량을 직접 접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학교에 재학하는 유일한 한국인인 박군은 이미 그 솜씨를 인정받아 런던지방의 엠브리지 심포니아, 코츠워드 심포니아등과도 10여차례 협연했으며 지난 7월에는 캐나다 최대 음악제의 하나인 오르포르페스티벌에 세계의 유명 솔리스트들과 함께 초청되어 연주회를 가졌다.
7세때 바이얼린을 시작한 박군은 1년만에 독주회를 가질 만큼 재능을 보였고 9세때인 73년에는 일본· 홍콩· 자유중국· 필리핀 순회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77년 13세때 뉴욕 줄리어드스쿨에 입학, 정경화· 김영욱· 강동석등을 배출한 「이반· 갈라미안」 교수에게 사사했으나 「갈라미안」 교수가 사망하여 83년 런던으로 옮겨 왕실음대에 전액장학생으로 등록했다.
지도교수는 「로드니·프렌드」 (BBC심퍼니 악장).
1883년 「에드워드」 7세가 설립한 왕실음대는 1백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영국 최고의 음악인 교육기관으로 학장직은 전통적으로 왕실가족가운데 한사람이 맡아오고 있다. 현재의 학장은 35년간 재직중인 「엘리자베ㄷ,」 여왕의 왕모.
이 학교출신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대가들로는 「줄리언·브림」 「벤저민·브리튼」 「제임즈·갈웨이」 「레오폴드·스토코프스키」등 20여명으로 헤아린다.
국민학교시절 이재헌씨에게 배운 박군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5백여명의 왕실음대학생들이 경연하는 콩쿠르에서 두차례 콘서트상을 차지했으며 지난5월에는 바이얼린부문 최고상을 받은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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