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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흉물 대전교도소 이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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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전 시민들이 도시발전의 걸림돌이라며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유성구 대정동 대전교도소.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시민들이 도시발전의 걸림돌이라며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유성구 대정동 대전교도소.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유성구 대정동 A아파트 주민 박모(40·여)씨는 주거환경 때문에 늘 고민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직선거리로 200m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대전교도소 때문이다. 10층인 이씨 집에서는 교도소 운동장이 훤히 보인다. 이씨는 “교도소가 초등학생인 자녀 정서에도 영향을 줄 것 같아 걱정인데 집을 팔고 이사 갈 형편이 안돼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다”며 “교도소가 이전할 것을 기대하고 5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는데 달라질 기미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도심 확대되며 신도시 중심부 위치
아파트서 교도소 내부 보이는 곳도
헌법재판소 ‘시설 과밀 위헌’ 결정
권선택 시장 “대선 공약 요구할 것”

대전교도소 이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구치소 등 교정시설의 수용공간 과밀화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린 데다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9일 헌재는 수용자 방의 1인당 면적이 1㎡ 남짓한 공간에 재소자들을 과밀 수용한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해 헌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늦어도 향후 7년 내에 1인당 2.58㎡ 이상인 수용 기준을 충족하라고 촉구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52개 교도소·구치소 수용인원은 5만 7096명으로 수용 정원(4만 6600명)을 1만496명 초과했다. 수용률은 122.5%에 달한다.

대전교도소는 정원 2060명에 수용인원 3000명 정도로 대표적인 과밀 교도소(수용률 150%)로 꼽힌다. 이에 따라 재소자 수를 줄이거나 시설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인근 지역이 신도시 개발예정지(도안신도시 3지구)여서 시설확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용인원을 줄이는 것도 어렵다.

권선택 시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교도소가 도안신도시 지역 한복판에 자리 잡아 도시발전을 막고 있다”며 “정부와 협의해 이전을 추진하고, 이번 대선에서 이 문제의 공약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교도소는 1984년 3월 대전시 중구 중촌동에서 현 위치로 이전했다. 당시만 해도 교도소 자리는 도심 외곽이어서 이렇다 할 민원이 발생하지 않았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섰다. 교도소 반경 1.5㎞안에는 아파트 6000세대가 밀집해 있다. 교도소 내부가 보이는 아파트도 있다.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주민 조종섭(60)씨는 “대전교도소 이전 문제는 그동안 각종 총선 등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이 수도 없이 공약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헌법재판소 판결도 나온 만큼 교도소가 하루 빨리 도시 외곽으로 이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교도소 이전에 약 3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도시 외곽 그린벨트 지역에 부지를 마련할 수 있지만 이전 예정지 주민 설득 등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대전교도소는 시설물 관리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이전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민원이 없고 교정시설 입지에 적합한 후보지가 제시되면 대전시와 이전을 적극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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