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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펀드 수익률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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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해외투자펀드 투자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전세계 채권값이 떨어지며(금리 상승) 해외투자펀드 수익률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국내 펀드보다 해외투자펀드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해 돈을 넣었는데, 최근 수익률이 떨어지자 당혹해하며 환매에 나서고 있다.

해외투자펀드는 국내 은행.증권사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미 국채 등 해외 채권에 투자하고 운용 결과에 따라 수익을 돌려주는 실적배당 상품이다.

올들어 예금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북핵 위기와 SK글로벌 분식회계, 카드채 사태 등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자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많이 가입했다.

10일 펀드평가회사인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피델리티.템플턴.메릴린치 등 세계적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해외채권펀드의 수익률이 최근 1개월간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국민은행.대한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씨티은행 등이 판매한 피델리티 유럽하이일드펀드와 미국하이일드펀드, 유럽채권펀드가 최근 한달새 -7.5~-5.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50개 해외투자펀드 중 수익률이 -1%를 웃돈 펀드는 뱅크원의 미국 단기채펀드와 슈로더의 컨버징유럽채펀드, 메릴린치의 미국중기채권펀드 등 4개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며 최근 채권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채권금리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지표 채권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8일 4.26%로 한달새 0.59%포인트나 뛰었다.

이로 인해 환매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6천억원 규모의 해외투자펀드를 판매한 씨티은행은 "최근 해외투자펀드에서 5백억원 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미 펀드 조사회사인 AMG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1주일 동안 채권형 펀드에서 44억6천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 가운데 세금감면 혜택이 있는 채권펀드에서 36억달러가 순유출돼 1994년 이후 주간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FRB는 10년 만기 국채를 25억달러어치 매입하는 등 금리안정에 나서고 있다.

김덕환 모닝스타코리아 경영기획팀장은 "채권펀드 수익률이 안좋은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국내에서 팔린 해외투자펀드도 마찬가지"라며 "채권 금리가 요동치는 상황에서는 장기보다 단기 펀드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재홍.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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