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펀드' 생긴다 … 주식·부동산에 하듯 미술에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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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르면 올 상반기중 한국에도 아트 펀드(Art Fund)가 뜬다. 아트 펀드는 주식 대신 미술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널뛰는 주식 시장, 흔들리는 부동산 시장, 약한 금리에 고개 숙인 금융 시장에 물린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신종 투자처가 될 수 있다. 미술도 즐기고 돈도 벌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아트 펀드에 미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분위기를 띄우는 곳은 국내 양대 경매사의 하나인 K옥션(대표 김순응)이다. 2월 8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미술품-떠오르는 투자 대안'이란 제목으로 일종의 아트 펀드 설명회를 연다. K옥션에 주주로 참여한 하나은행 주최다. 초청된 사람은 하나은행의 VIP 고객 150여 명과 K옥션 회원 50여 명 등 200명. 금융 자산규모 10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했다는 설명이다.

강사는 최근 영국에서 출범한 아트 펀드사 '파인아트 펀드'의 최고경영자인 필립 호프만과 경매사인 '크리스티 홍콩'의 아시아 근현대미술 총책임자인 에릭 창, 서진수 강남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다. 21세기 새로운 자산 투자방식인 아트 펀드 소개, 그 투자 전략과 투자 상품으로서의 미술품의 가치 분석, 한국에서 아트 펀드가 조성된 이후의 전망, 아시아 미술시장의 성장 가능성, 한국미술품의 환금성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아트 펀드 전문가가 내세우는 미술품 투자의 강점은 '안전성'이다. 단 한 점만 존재하는 미술품이기에 아무리 수요가 증가한다고 해도 공급이 늘어날 수 없다. 불경기라 해도 어떤 다른 자산증식 프로그램보다 훨씬 안전한 투자처가 된다는 논리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보는 즐거움'이란 무형의 값어치가 크다. 공동투자해 만든 펀드에서 사들인 그림을 투자자들이 돌려가며 소장할 수 있다.혼자 사들이기 힘든 고가의 명품도 여러 점을 소장하며 혼자 즐길 수 있다.

아트 펀드가 한국에 뿌리내리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큰 관문의 하나는 '몇 년을 만기로 볼 것이냐'는 문제다.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가 조성한 펀드로 매입이 이뤄지고 나면 정해진 일정 기간 뒤 청산매각 절차를 거쳐 운용회사 경비와 기타 제 경비를 제외하고 투자자에게 분배하게 된다. 100억 원 또는 200억 원의 아트 펀드가 조성됐다고 하면 그만큼 미술품을 사는 기간이 필요하고 또 이 작품을 되파는데 시간이 걸린다. 전문가가 어림하는 만기는 최소 10년 이상이다. 급한 한국 사람 성격에 10년 이상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투자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하는 의문이 남는다.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잃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파블로 피카소나 반 고흐의 작품이 천문학적 숫자로 경매에서 팔려나가는 사실은 크게 보도된다. 그러나 몇 년이 못가 반도 못 되는 값에 처분되는 얘기는 전혀 매스컴을 타지 않는다. 사람들이 미술품은 늘 오르는 줄 알게 되는 함정이다. 아트 펀드는 미술품 감상과 이해를 바탕으로 높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서구식 시장 시스템이다. 1980년대 말과 90년대 말 국내 미술시장이 그러했듯, 아트 펀드는 자칫 거품으로 끝날 수 있는 위험한 초대일 수도 있다.

도움말=조명계 중앙대 겸임 교수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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