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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동북아 미래포럼 전문 모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제1차 21세기 동북아 미래 포럼, 2005년 3월 31일]

  • [제2차 21세기 동북아 미래 포럼, 2005년 4월 25일]

  • [제4차 21세기 동북아 미래 포럼, 2005년 7월 7일]

  • [제5차 21세기 동북아 미래 포럼, 2005년 9월 23일]

  • [제6차 21세기 동북아 미래 포럼, 2005년 11월 2일]

  • [제7차 21세기 동북아 미래 포럼, 2005년 12월 9일]
    ※ 제3차 21세기 동북아 미래 포럼 비공개 진행
    『동북아시아의 미래와 평화경영정책』

    안녕하십니까? 경기도지사 손학규입니다.

    여러 학계와 언론계를 비롯한 사회 각 계층의 지도자를 모시고 말씀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주제가 ‘동북아시아의 미래와 평화경영정책’입니다만, 이론적인 접근보다는 저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말씀을 드릴까합니다.

    경기도, 한반도 문제와 글로벌 경제의 압축판

    제가 일하고 있는 경기도는 한반도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는 지역입니다.

    개성은 과거 경기도였습니다. 경기도는 강원도와 함께 분단이 된 도입니다. 개성공단의 배후 기지로서 경기북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고, 관련 인프라 구축이 당면 과제입니다. 제2자유로도 만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개성공단에 환자가 생기고 불이 날 때를 대비한 지원책도 강구하고 있습니다.

    국군의 주요 전력뿐만 아니라 주한 미군의 대부분도 경기도에 있습니다. 지금 평택으로 미군기지를 옮기는 일에도 도의 행정력이 적지않게 투입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미군기지 이전 논의가 나왔을 때, 저는 미군은 전방에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이전하더라도 전진배치된 북한의 화력을 다소간이라도 뒤로 물리는 것과 연계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미간에 외교적 불협화음을 겪으면서 미군기지 이전이 기정사실로 된 이후에는 아예 이 기회에 평택을 제대로 된 국제평화도시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자리 창출과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세계를 무대로 뛰었습니다. 지구를 다섯바퀴나 돌았습니다. 그 결과 저의 취임이래 현재까지 경기도에 88개사 135억불의 첨단외국기업을 유치했습니다. 그런데 이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중국, 인도, 동남아 국가들의 급성장 등 ‘아시아 시대’의 전개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첨단기업 유치를 통해 한국 중국 일본 미국 유럽이 글로벌 차원의 경쟁과 협력과 분업 구조 속으로 얽혀들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취임하면서 도정 목표를 ‘세계속의 경기도’로 정했습니다. 첨단기업 유치 이외에도 영어마을, 교육지원사업, 한류우드 등 주요사업들도 그러한 글로벌 시각을 바탕으로 실사구시적인 자세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글로벌 시대, 아시아의 시대라는 관점에서 남북문제도 바라보고 경기도정도 수행해왔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대한민국이 10년, 20년 이후에도 평화롭게 먹고살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든다는 자세로 일해 왔습니다. 물론 인프라는 전혀 눈요기꺼리가 되지 못하는 인기 없는 종목이기는 합니다만, 저로서는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파주 LCD 단지에 대해서도 말씀드릴까 합니다. 파주 LCD 단지는 제가 강조하는 ‘평화경영’의 대표적인 인프라구축사업이기도 합니다. 휴전선으로부터 10여 킬로 밖에 떨어지지 않은 파주에 LG 필립스가 100억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이면 대량생산이 시작됩니다. 필립스가 대만으로 가려고 한 것을 대한민국 경기도에 유치하기 위해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한 겨울에 5천평의 텐트를 치고 온풍기를 돌려가며 문화재를 발굴하는 등 MOU 체결 2년 만에 50만평의 LCD 지방산업단지를 완공하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한반도 평화경영정책의 구상

    얼마 전 뉴욕타임즈와 독일의 디 짜이트紙가 보도했듯이, 이제 이 접경지역은 분단과 대결과 낙후의 상징에서 평화와 상생과 첨단의 중심지역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안보 상황을 지레 걱정하는 외국의 CEO들에게 할 말이 생긴 셈입니다. ‘파주의 LG필립스를 보라. 두려운 것이 있으면 DMZ 턱 밑에 백억불을 투자했겠는가’라고 설명하기만하면 그만입니다.

    나아가, 저는 작년부터 파주의 첨단 산업단지, 주위의 협력단지 및 물류기지와 개성공단을 연계시키는 ‘통일경제특구’ 구상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9월 광복60주년 기념 세계평화축전을 마치면서 저는 ‘한반도 평화경영정책 10대 과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만, 파주-개성 경제특구 제안도 그 중에 하나로 포함되어있습니다.

    현재 개성공단은 종합적이고 자족적인 기능을 갖도록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원산지규정문제, 전략물자 반출입문제 등 다양한 국제적 규제도 있습니다. 이런 제약을 극복하면서 남북의 산업적 연관성을 높이고, 나아가 북한 근로자들이 남측 파주 일대 산업단지에 출퇴근하며 직접 일할 수 있게 하고, 공동의 대학을 설립하여 북한의 기술인력, 경영인력들을 길러내는 등 궁극적으로는 개성과 파주를 하나의 완성된 평화클러스터로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 파주-개성 경제 특구 제안의 핵심입니다.

    저의 ‘한반도 평화경영정책’은 이렇듯 남북이 힘을 합쳐 세계시장으로 나아가자는 글로벌 경제의 관점이 담겨있습니다. 현재 관광교류와 제한된 임가공수준에 머물러 있는 남북경협을 긴밀한 산업적 연관구조를 갖는 수준으로 높여보자, 그리고 그것을 위한 인프라를 착실하게 구축해가자는 것입니다.

    ‘평화경영정책’의 세부 과제 중에는 북한 농업 현대화 합작 사업도 있습니다. 고기를 주기보다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벼농사 합작 시범 사업은 저의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여 작년에 평양 주변 3ha 농지에서 이미 실시되었습니다. 경기도가 개발한 종자와 기술이 두 배 가까운 쌀 생산성의 증대를 가져온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이른바 ‘평양-경기미’가 탄생한 것입니다. 올해는 북한 측의 제안으로 100ha로 그 재배면적을 확대하기로 합의했으며, 앞으로 벼농사 차원을 넘어 농촌의 한 마을을 전면적으로 현대화하기 위한 합작 사업까지 구상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여담을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작년 10월 평양-경기미를 트랙터로 추수하는 역사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저를 초대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가 아리랑축전 기간이었고 북한 측은 방북하면 그 축전을 꼭 관람해야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저는 경제협력에 정치적인 것이 끼어드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여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도의 기획관리실장을 북한에 보내 추수행사를 하도록 했습니다. 실질적 진전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입니다.

    파주LCD단지와 벼농사시범사업의 사례처럼, ‘추상적 평화’를 넘어 ‘손에 잡히는 평화’(Peace in Hand)를 일구어나가자, 그 일을 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염두에 두자, 실사구시의 자세로 착실하게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남북협력의 성과를 관리하고 쌓아나가자, 이런 것들이 제가 말하는 ‘평화경영’의 방향입니다.

    그 외에도 ‘평화경영정책’은, 지금은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지만, 북핵 문제 해결 이후의 동북아 정세의 근본적인 변화 상황까지 염두에 두면서, 각급 남북회담의 정례화, 군사적 신뢰구축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관련한 국제협력의 문제 등에 대한 전향적 접근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원칙과 한미관계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북한 핵 문제가 본질적인 상황 진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2005년 제4차 6자회담의 결과 소위 ‘9.19합의문’이 채택되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 간 액션 프로그램의 Sequence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것은 Sequence 문제라기보다는 북한과 미국의 의도(intention)와 신뢰의 문제입니다.

    분명히 말해서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한다는 확실한 신뢰를 갖게해주어야 합니다. 핵프로그램을 뭔가 남겨서 또 다른 카드로 쓰겠다는 미련을 완전히 버려야 합니다. 핵동결을 지렛대로 했던 94년 제네바 합의 때와는 상황이 다르며, 그 수준의 합의로는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이 점은 우리 정부도 확실한 입장을 가지고 북한에 요구해야합니다.

    대신 미국을 포함한 5자는 핵 폐기 이후의 대북지원 및 관계 개선 방안에 대해서 국제적 합의를 바탕으로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보다 전향적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채찍’도 구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핵 폐기에 따른 보상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북한이 핵을 고집할 경우, 또 다시 신뢰를 깨뜨렸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을 것인가도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화적 수단의 범위 안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미국내 네오콘의 일부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아예 북한정권을 붕괴시킬 목적을 갖고 대북정책을 구사하거나 6자회담에 대응하려는 시각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실효성도 없고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뿐입니다. 북한 붕괴는 만약의 사태에 대한 위기관리차원에서 대비해야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에도 일부에서는 북한의 조기 붕괴에 대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제네바 합의의 이행에는 10년도 더 걸리는데 그 전에 북한 정권이 붕괴하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붕괴하지 않았고, 제네바 합의의 성과를 백지화했을 뿐만 아니라, 핵문제는 더욱 심각해져버렸습니다.

    최근 미국 외교 전문가 사이에서도 지적이 나오듯이, 미국이 북한에 대해 ‘악의 축, 범죄정권’과 같이 낙인찍기를 반복하는 것은 현명한 외교가 아닙니다. 위조지폐, 인권 등 다른 현안은 그것대로 다루되, 6자 회담은 그와 별개로 착실하게 진전시켜가야 합니다.

    북한은 핵폐기의 의지를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것, 미국은 그에 따른 대응 조치의 패키지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 그리고 6자회담 참가국간에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매우 중요합니다. 동시에 한미동맹은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중에 많은 부분이 한미관계에 불필요한 마찰을 가져온 것이 사실입니다. 한미 양국간 신뢰관계가 흔들리면 미국 내에서 강경 대응의 목소리가 커지고 북미관계에서 불필요한 장애가 형성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미관계에 튼튼한 신뢰가 있다면 한국과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의제적 역할 분담까지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국간 신뢰는 전술적 유연성을 높이지만 불신은 전술적 경직성을 초래할 수 있으며, 한국의 능동적 역할과 그 공간을 오히려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현 정부 외교 및 대북 정책 담당자들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정으로서의 통일’, 정치적 접근의 경계

    여기서 통일에 대한 시각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통일은 법적․제도적 통일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고민해야 합니다. 통일은 어느 순간에 갑자기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바탕 위에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살아있는 과정입니다.

    세계적 환경과 동북아의 정치 경제적 지형, 그리고 한국 사회의 발전 및 남북관계의 진전 단계에 맞추어 각 시기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달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 자체가 통일의 과정이자 각 시점에서의 통일의 모습인 것입니다.

    2004년 12월 저는 남북경협의 살아있는 현장인 개성공단을 방문하였습니다. 한때 북한 군대가 주둔했던 지역에 한국 기업의 이름이 선명한 공장이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남쪽의 기술과 자본, 북쪽의 토지와 노동력이 결합하여 생산된 제품이 서울 한복판에서 팔리는 모습이야말로 2004년 12월 현재 상태로 남북이 하나된 모습이었습니다. 개성공단에 수백 수천의 공장이 들어서고 남과 북의 사람과 물자가 뒤섞여서 북적댈 때 우리의 통일 수준은 그만큼 높아질 것입니다.

    통일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장 제도적 통일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내고자 하는 정치적 유혹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 정부도 가까운 장래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낮은 단계의 연방 혹은 국가연합’에 대해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한다는 일부 분석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국내정치를 고려한 정략적 통일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남남갈등 등 분열의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남북정상회담은 언제라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만, 남북관계의 실사구시적 전진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지금은 각급 남북회담 하나라도 정례화하고 안정화시키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안정적이고 우호적인 국제 환경의 조성, 남북간의 실제적 통합 수준의 제고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평화를 착실하게 업그레이드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통일을 과정으로 인식할 때만 분단 체제 관리론이나 맹목적 통일 지상주의의 잘못을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통일의 초석을 쌓아나갈 수 있습니다.

    이미 앞에서 약간 설명드린 바 있는 저의 ‘한반도 평화경영정책’구상은 바로 ‘과정으로서의 통일’이라는 관점위에 서있습니다. 북한을 고립에서 탈피시키고 개혁 개방으로 이끌어내자는 것입니다. 즉 ‘북한의 세계화’, ‘세계속의 한반도’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평화경영’이란 한반도 평화의 콘텐츠와 인프라를 실사구시적으로 업그레이드해나가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안정적이며 전면적인 수준까지 높여나가는 것입니다. 글로벌 경제의 시각에서 남북경제협력의 질적 전환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등 민간의 역할까지 적극 고려하는 것입니다. 남북관계를 남북 간의 좁은 관계 속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적 차원의 변화를 시야에 넣고 동북아의 상생발전 및 평화체제 구축과 연계하며 추진해나가자는 것입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경영

    21세기 한국이 다루어야 할 외교전략적 과제는 너무나 다양하고 많습니다. 우선 테러, 비확산, 국제범죄 등 글로벌 이슈들이 있습니다. WTO시대의 대응과 FTA(자유무역협정)의 확대도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동북아의 안정과 민족주의적 갈등 해소 문제, 중국의 급성장 등 동아시아 경제 이슈, 자원경쟁과 환경문제 등 수많은 문제들이 복합 다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남북문제를 중심으로 외교 문제를 접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한계, 국내정치를 고려한 정략적 정책 결정이라는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자주냐 친미냐, 혹은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 역시 탈피해야 합니다. 민족공조냐 한미공조냐 식의 이분법도 정략적 발상에 불과합니다. 외교에는 자주파나 동맹파가 아니라 오직 실리파만 존재합니다. 한미/한중 관계도 구체적 상황에 맞추어 비중을 조정해나면 되는 것이지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제 평화와 지속적인 상생발전이라는 목표 하에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를 착실하게 준비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말한 ‘평화경영’의 개념은 한반도 차원을 넘어 동아시아 혹은 동북아 차원에서의 평화와 상생의 네트워크 형성이라는 과제로 확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전문가 사이에 많은 논의가 있습니다만, 그것은 동북아의 경제공동체, 안보협의체 등의 구상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독일 통일도 유럽통합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은 부분만 보는 것입니다. 한반도의 통일 역시 아시아에 평화와 협력의 체제가 이루어질 때 가능할 것입니다.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우리 대한민국에게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습니다.

    외환보유고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2005년 6월 현재 외환보유고 세계 1, 2, 3, 4위(중국 8,379억달러, 일본 8,340억 달러, 한국 2,067억 달러, 대만 2,532억달러)가 동아시아에 있습니다. 이 네 국가의 외환보유액을 합하면 무려 2조 달러에 달합니다. 미국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아태 국가들 사이에 다양한 경제협력의 틀이 발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은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의 고도성장 그 자체도 위협이지만, 만약 잘나가는 중국경제가 어떤 요인에 의해 흔들릴 경우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에 미칠 위험은 대단할 것입니다. 국제적 차원에서 어떤 대비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하는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에게 기회이기도 합니다. 외국의 CEO들을 만나보면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큰 시장이지만 지적재산권 보호나 인적자원의 수준에서 한국에 뒤떨어집니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들과 불편한 관계에 있습니다. 첨단업종분야가 대한민국으로 계속 들어오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한반도의 평화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된다면 우리는 명실공히 아시아의 경제 허브 중에 하나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아시아 시대를 대비하는 넓은 안목의 경제 정책, 글로벌 시장경제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성장동력의 확보는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평화와 상생의 네트워크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기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입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등 글로벌 경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일본에 의해 촉발된 한․중․일 간의 민족주의적 갈등 역시 우리에게 긍정적 요소는 아닙니다. 역시 국내정치적 요소의 과잉 개입이 문제라고 할 것입니다.

    분열의 요소가 가득한 동아시아에는 그만큼 국제 협력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습니다. 남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함께하는 동북아 안보협의체 구상은 상호신뢰와 현실적 평화경영을 바탕으로 진전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21세기는 자원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석유 수입 세계 2위 (중국), 3위(일본), 7위(한국)가 동아시아에 있습니다. 환경문제와 에너지를 둘러싼 한, 중, 일의 협력도 가능하고 필요합니다. 핵에너지 분야의 안전관리, 핵폐기물의 공동 재처리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약소국 콤플렉스를 스스로 벗어날 때입니다. 지표에 따라 다릅니다만, 세계 10위-11위권의 경제력을 갖고 있습니다. UN에서도 11위의 기여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차원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 경영, 나아가 글로벌 이슈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부터 줄여가야 합니다. 한 쪽은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탈피하여 실사구시적 외교 및 한반도 정책으로 변화해야하며, 다른 한 쪽은 냉전적 발상에서 벗어나 과거 남북기본합의서를 추진했던 자신감과 열린 자세를 회복해야합니다.

    아시아의 시대가 도래 하고 있는 지금, ‘세계속의 대한민국’, ‘세계속의 한반도’라는 시각 하에 적극적인 평화경영에 나설 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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