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일 “대통령은 윗 분이고 국민은 하찮나”박 대통령 대리인단과 ‘설전’

중앙일보

입력

최순실(61)씨의 국정농단을 폭로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와 언쟁을 벌였다.

9일 12차 변론기일에서 서 변호사는 증인으로 나온 노 부장에게 “최씨와의 통화 내용을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담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전달한 것은 명백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물었다.

이에 노 전 부장은 “청문회 안 보셨느냐. 이 자료를 진실 되게 세상 밖으로 밝힐 수 있는 건 박 의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분을 택했다고 이미 말씀드렸다”고 답변했다. 앞서 노 부장은 최씨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서도 같은 질문을 받은 바 있다.

서 변호사가 계속 반복적인 질문을 하자 노 부장은 “(최순실씨 형사재판에서) 이경재 변호사가 질문한 것, 백승주 의원이 질문한 것을 대통령 쪽도 똑같이 묻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서 변호사는 “대통령 측 변호인으로서 얼마든지 증인을 신문할 권리가 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이 중대한 재판에서 어떻게 증인이 무례하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말하자 노 전 부장은 “대통령은 윗분이고 국민은 하찮은 인간이냐”며 되받았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충돌을 중재했지만 다툼은 이어졌다. 서 변호사는 또다시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냐”고 물었고 노 부장 역시 “피청구인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고 국민 대다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이에 이 권한대행은 결국 이날 서 변호사의 신문을 중단시키고 노 부장에게도 “증인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질문에만 답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노 전 부장은 “최씨는 우리를 음식점에 놓인 이쑤시개로 생각했다. 우리가 청와대를 어떻게 알아서 움직이고, 문체부를 어떻게 알아서 정책을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씨 측은 노 부장과 고영태 더블루K 이사, 박헌영 과장 등이 짜고 자신을 함정에 빠트렸다고 주장해왔다.

이어 노 전 부장은 “최씨와 연관된 일을 한 사람으로 언제든 형사처벌을 받을 다짐이 돼 있다”며 “저는 지금도 제가 국민에게 박수받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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