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에게 한우·연어·홍삼영양제까지 … 불황 없는 ‘금수저’ 반려동물 먹거리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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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왼쪽부터 유기농 한우 사용한 사료, 곡물 대신 연어를 넣은 사료, 소화 잘되는 우유, 홍삼과 북어 분말 건강식.

왼쪽부터 유기농 한우 사용한 사료, 곡물 대신 연어를 넣은 사료, 소화 잘되는 우유, 홍삼과 북어 분말 건강식.

반려동물도 ‘금수저’가 따로 있다. 친환경 유기농에 한우·홍삼·연어 같은 고급 식재료가 들어간 사료나 영양제를 먹는 부류다. 시장이 커지자 대기업도 반려동물 먹거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유기농 재료 사용 등 고급화 바람
인삼공사, CJ 등 대기업 속속 진출
2020년에 시장 규모 6조원 예상

KGC인삼공사는 9일 반려동물의 영양제 ‘홍삼 함유 북어농축액 분말’을 출시했다. 6년근 홍삼 성분과 북어농축액 분말을 결합한 제품이다. KGC인삼공사는 반려동물 건강식 브랜드인 ‘지니펫’을 내놓았는데 지니펫에서 출시한 제품들은 매달 1만 세트 이상 팔려 나간다. 금수저 반려동물은 먹는 우유도 특별하다. 지난달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수의사들과 공동으로 연구 개발해 국산 원유로 만든 반려동물 전용 우유를 내놓았다. 설사를 유발하는 성분인 락토스를 완전 분해해 소화가 쉽도록 개발한 제품이다.

기본적 반려동물 먹거리인 사료 시장도 고급화 바람이 분다. 통곡물부터 연어·한우·홍삼·오리 등 고급 식재료로 만든 제품이 잇따라 나오면서다. LG생활건강의 ‘시리우스 윌’은 반려견에게 유해할 수 있는 농약과 인공 향색료는 빼고 순수 정육만 사용한 제품이다. 유기농 한우와 홍삼도 들어가 있다. 풀무원에서도 통곡물·원육·채소를 사용한 사료를 판매한다.

연어·호박 등이 들어간 사료도 시장에 나왔다. CJ제일제당은 사료에 식이성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옥수수 같은 곡물 성분을 제거하고 연어를 추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운동 부족, 편식 같은 반려동물의 건강과 피부와 털에 신경 쓰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에 필수지방산이 있는 연어, 섬유질이 풍부한 호박 등을 원재료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을 4000억원대로 추정한다. 아직은 로열캐닌과 시저, ANF 등 해외 브랜드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국내 대기업이 국내 시장에 정착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반려동물 인구가 900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 같은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가족처럼 반려동물을 아낀다는 뜻의 ‘펫팸족’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반려동물(pet)과 가족(family)의 합성어다. 펫팸족이 늘면서 반려동물의 먹거리 판매도 증가세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먹거리 판매량은 전년보다 22% 늘었다. 먹거리 중 간식은 28%, 사료는 12% 증가했다. 먹거리뿐 아니라 전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의 확장 속도도 빠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 1조8000억원이었던 반려동물 시장은 2020년에는 5조8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는 일본 시장과 비교하면 한국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일본의 반려동물 시장은 일본 국내총생산(GDP) 대비 0.3%이지만 한국은 0.07%에 불과하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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