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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카를로스 고리토의 비정상의 눈

내 나라 보면 단점만 보여 … 외국인 눈으로 봐야 균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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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 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
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주한 브라질대사관이 지난 주말 개최한 브라질 유학 세미나에 토요일 이른 시간인데도 생각보다 많은 한국 학생이 찾아와 놀랐다. 도대체 왜 브라질을 좋아하고 가고 싶어 하는 걸까? 대답은 다양했다. 누군가는 넓고 비옥한 땅과 많은 인구를 보면 미래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브라질에 진출하는 한국 회사가 늘고 있다는 데 주목하기도 했다. 브라질에서 쓰는 포르투갈어가 블루오션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여행이나 봉사활동으로 현지를 찾았다가 여유롭지만 정열적인 삶의 방식에 반했다는 청년도 적지 않았다. 브라질 문화도 인기가 많았다. 축구 유학을 생각하는 젊은이도, 삼바·보사노바 같은 브라질 음악을 사랑하는 학생도 보였다. 마음이 따뜻하고 유쾌한 브라질 사람들 덕분에 나라 자체를 좋아하게 됐다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현지 시골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학생은 새해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덕담을 주고받고 포옹하다가 끝내 감격의 눈물까지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고 했다. 브라질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만큼 정이 많은 것 같아 친숙하게 느껴진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브라질 사람으로서 조국이 부끄러울 때가 더러 있었다. 경제는 흔들리고 부정부패가 드러났으며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등 많은 혼란이 브라질을 뒤덮었다. 브라질 청년들은 실망과 좌절을 거듭했다. 나라를 믿지 않았고 희망을 품지 않았다. 비판과 체념만이 가득했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에 조금씩 물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브라질 사람과 문화는 물론 나라 자체도 좋다는 한국 학생들을 보며 내 나라의 장점을 새삼 떠올릴 수 있었다. 정이 많고 경쟁보다는 작은 행복을 추구할 줄 아는 국민. 누구라도 포용할 수 있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나라, 브라질. 외국인의 시각으로 보면 브라질은 그렇게 못난 나라도, 나쁜 국가도 아니었다. 충분한 장점을 지닌 멋진 나라였다.

요즘 한국 청년들이 자조적으로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9년째 살고 있는 내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실은 너무 잘 알기에 매력보다 부족한 부분만 계속 눈에 들어올 수도 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한국은 장점이 정말 많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비판을 하더라도 균형은 잡아야 한다.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고 자랑스러운 부분은 더욱 잘 갈고닦아 한국과 브라질 모두 더욱 살기 좋은 나라, 멋진 나라로 거듭나길 바란다.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