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더이상 못 물러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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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발생―타협―재발되는 노사분규사태속에서 재계의 분위기가 요 며칠새 급격히 경화되고 있어 눈길.
재계원로및 중진들은 2일 하오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최근의 노사분규가 기업으로서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왔다고 보고 지금까지의 수세적 입장에서 방향을 바꾸어 강력한 대응책을 써야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것.
재계의 이같은 분위기는 앞으로의 분규양상과 관련, 매우 주목되어 있다.
○…이날 어느때보다 심각한 분위기에서 열린 재계모임에 참석한 재계원로와 중진들은 최근의 분규 양상이 대화와 타협만으로는 해결될수 없는 지경에까지 왔다는데 뜻을 같이하고,기업입장에서 내놓을수 있는 비상한 카드를 놓고 집중적인 논의를 벌인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경우 사회적인 비난과 지탄을 각오하고라도 공장문을 닫을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 이었다는것.
이와관련, 이들은 마지막으로 근로자들에게 자제를 호소하는 성명서를 한번만 더 발표하자는 일부 의견에따라 최후통첩형식의 경고성 호소문까지 준비했으나 이날 모임에서 문안을 검토한 결과 재계의 이같은 입장이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려질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낼수도 있다는 중론에 따라 당분간 보류하기로 결정.
그대신 재계중진들이 국무총리나 관계장관을 직접 찾아가 기업내에서 벌어지고있는 폭력이나 기물파괴등의 과격행위에 적극 개입해줄것을 촉구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재계의 분위기가 이처럼 강경쪽으로 급선회하게된것은 최근의 분규양상에서 기업인들이「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후문. 특히 이달들어 과격 양상으로 재연되고 있는 현대사태가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한참석자가 전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이런 상황에서는 더이상 기업을 못하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면서『특히 공장내 폭력이나 기업주에 대한 인격적 모독등에 대해서는 참기 힘들다는 얘기들이 많았다』고 전언.
근로자들에게 맞아 경영자의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위 아래로 작동되는 포클레인 아래에 경영자를 세워놓고 겁을 주거나, 남녀직원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경영자를 팬티 바람으로 세워놓는등의 사례에 대한 비감어린 언급이 많았다는것.
새로 발생하는 분규는 줄고있지만, 이미 분규가 타결된곳에서 노사합의를 뒤엎고 다시 분규가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는데 대해 기업인들은 또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는데『이런 상황에서 대화와 타협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체념적 여론이 비등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언.
○…이날 모임에서는 또「금리인하불가론」 을 철칙처럼 내세우고 있는 정부에 대한 집중적인 성토가 있었다는 후문.
특히 정인용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 모신문과의 인터뷰에서『금리인하는 근로자의 총소득감소를 가져온다』고 말한데 대해『경제 현실의 ABC도 모르는 무식한 소리』라는 성토가 있었다고.
○…현대중공업의 노사분규재연과 관련, 이날 모임에 참석했던 정주영현대그룹회장은『근로자들이 기본급 25%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측에서 마지막으로 제시한 11%인상안은 조선공업의 구조적 불황에 빠져있는 회사입장에서는 더이상 양보할수없는 마지노선』이라면서 『실상 이정도만 올러주더라도 당장 어떻게 버텨나갈지가 걱정스럽다』는 우려를 토로했다고.·
○…모임에는 구자경럭키금성회강을 비롯, 정주영현대그룹회장·최종환삼미기업회강· 최종현선경그룹회장·박성용금호그룹회장·정인욱강원산업회강·송인상동양나일론회장·신덕균동방유량회장· 조우동삼성고문 등 재계원노·중진 20여명이 참석 <배명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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