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입국금지 풀리자 공항 곳곳에서 재회의 눈물

중앙일보

입력

“일주일 전부터 터키에 대기하면서 미국으로 오려 했지만 탑승을 거부당했다. 6개월전 미국으로 떠난 남편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 ”

이란에서 화가로 일하는 파리바 타로스타미(32)는 5일(현지시간)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 입국장에서 마중나온 오빠들과 눈물과 포옹의 재회를 했다. 그는 “9년이나 못봤던 오빠들을 만난 것도 꿈만 같다”고 말했다. 터키에서 기다리다 지쳐 테헤란으로 돌아갔고, 너무나 큰 실망감에 눈물로 밤을 지새웠지만 이제는 다 지난 일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

타로스타미는 계획대로 댈러스에서 남편과 재회해 미술을 공부할 계획이다. 남편은 영주권자로 현재 자동차 판매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개 이슬람 국가 여행객에 대해 입국금지를 명령하면서 발이 묶였던 사람들이 연방항소법원의 트럼프 행정명령 재개금지 판결로 미국에 속속 입국하고 있다. JFK공항을 비롯한 미국내 공항 곳곳이 사랑하는 가족과 눈물의 재회를 하는 무슬림들로 울음바다를 이루고 있다.

보스톤 로간공항에서도 힘겨운 재회가 이어졌다. 덴버에 사는 이란계 미국인 마흐사 아자바디(29)는 약혼자 소레나 베자드파르가 지난달 28일 이란에서 미국으로 오려다가 거부당하는 바람에 5월 결혼식 계획을 무기 연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시애틀 연방법원 판사 덕분에 베자드파르가 미국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미국 이민 11년차인 아자바디는 “약혼자는 정상적인 비자를 갖고 있는데 갑자기 취소됐고, 미국 입국이 불가능해져 생이별을 할뻔했다”며 “우리는 지난 일주일을 정말 힘들게 보냈다”고 말했다.

6개월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클렘슨 대학에서 엔지니어링 박사학위를 받은 나자닌 지노우리는 애견 박스터와 재회에 성공했다. 클렘슨 대학 인근의 기술기업 모줄에서 워킹비자로 입사한 지노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던 날 테헤란으로 떠났다. 원래 계획은 이달 10일까지 머물 계획이었으나 트럼프의 행정명령 소식에 귀국 비행기편을 알아보기 위해 부리나케 두바이로, 프랑크푸르트 등으로 전전했다.

이날 가까스로 로간공항에 도착한 지노우리는 CNN과 인터뷰에서 “내 모든 걸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악이었다”고 답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의 집은 어쩔 것이며, 여전히 공항에 주차된 차는 어떻게 처분하나. 게다가 생후 6개월된 박스터는 누가 돌보나 등 좋지않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대학의 이란계 의학자 니마 에나야티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로봇 수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입국하려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미국행 비행기 탑승을 거부당했고, 별다른 대책 없이 지내다 5일 무사히 뉴욕에 도착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