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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10년전 데자뷔? 변수는?

중앙일보

입력

이명박 전 서울시장(한나라당) 49.2%,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21.6%, 손학규 전 경기지사(한나라당) 5.7%,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4.1%.

10년전인 2007년 2월15일 중앙일보ㆍSBS와 14개 지방 언론사가 공동으로 발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다. 노무현정부 시절 여권의 유력 주자였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판도가 완전히 야권(당시 한나라당)쪽으로 기운 상황이 수치에 잘 드러나 있다.

요즘 정치권에선 대선 레이스가 10년 전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선언 이후인 지난 3일 SBS가 칸타 퍼블릭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8%로 1위였다. 이어 안희정 충남지사(13.0%),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9.4%),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9.2%), 이재명 성남시장(8.9%)이 2위 그룹을 형성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상위 5명 가운데 황 대행을 빼면 전부 야권 주자이며, 그나마 황 대행은 대선에 나갈지도 확실치 않다.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이 갑자기 대선을 포기하면서 승부의 추가 급격히 야권쪽으로 기운 모습이다.

여권 분열도 10년전과 ‘데자뷔’다. 2007년 1~2월 열린우리당에선 비노(非盧) 그룹이 집단 탈당을 결행해 ‘신당’을 꾸렸고 결국 이들은 친정까지 흡수해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은 지지층 분열의 상처를 회복하는데 실패했고 대선에서 531만표차의 참패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아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이 갈라져 나오면서 기존 여권 지지층이 큰 혼란에 빠져있다.

하지만 향후 대선 정국의 흐름이 10년전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단정짓긴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구도 변수’ 때문이다.

2007년 대선레이스는 다자 구도였다. 당시 야권에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외에 무소속 이회창 후보까지 출마했다. 비한나라당 진영에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외에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등이 출마했다.

이번에도 일단 레이스는 4자 구도(민주당-새누리당-국민의당-바른정당)로 출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구도에선 고정 지지세가 가한 민주당 후보를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에 추격자들이 어떤 형태로든 구도 변화를 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국민의당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측과 통합 협상을 타결해 세 확산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바른정당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도 5일 “보수 후보 단일화를 끝까지 안하면 그게 패배로 가는 것”이라며 새누리당과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일각에선 대선 막바지에 가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반(反)문재인’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자→3자(민주,국민의당, 범여권)→양자로 대결구도가 좁혀지는 시나리오다.

안 전 대표는 연일 "이번 대선은 문재인 대 안철수의 (양자)대결구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손을 잡고 강력한 반문연대 형성의 여론을 형성하면 양 당의 단일 후보가 문 전 대표에게 맞설 수 있을 정도로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반문진영, 그중에서도 각각 지지기반이 다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과연 반문연대에 형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정하ㆍ채윤경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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