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ONG] “18세 공무원 YES, 투표는 NO?” 선거법 개정안 통과될까

TONG

입력

업데이트

선거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춰야 한다는 정치권 안팎의 목소리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만 18세에 선거권을 주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찬성하지만 바른정당 일부와 새누리당이 반대해 현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 중(법안심사소위만 통과)이다. 하지만 바른정당이 31일 개정안을 야3당과 공조해 처리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혀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지 주목된다.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8세 선거권 하향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등은 정책의총을 통해 당의 입장을 결정한 뒤 가능하다면 야3당과 공조해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고등학생이란 특수성을 생각해 학제개편과 연계해야 한다"고 밝혀 2월 국회에서의 처리엔 부정적이다. 현행 학제에서 만 18세는 고3과 대1이 섞여 있어 서구 나라들처럼 만 18세면 대학을 가도록 학제를 바꾼 뒤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야3당은 다음 대통령 선거 전에 개정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만약 5월쯤 대선이 치러지고 그 전에 만 18세에 선거권을 부여하면 28만여 명의 유권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야권 주도의 행사에서 정치인들이 제기한 만 18세 선거권 주장들이다. 만 18세 선거권에 찬성하는 청소년기자가 행사에 참석해 자세히 취재했다.

by 김영서

[관계 기사]
- 열아홉은 안 되고, 스무살은 되네 (http://tong.joins.com/archives/38230)
- 거지갑 박주민 의원 인터뷰 (http://tong.joins.com/archives/38079)
- 선거권 연령 인하시위에서 국회의원과 악수를 하지 않은 이유는… (http://tong.joins.com/archives/39227)


법안을 국회(안행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조속히 통과시키자는 '만 18세 선거권 보장을 위한 국민대회'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18세 선거권 국민연대’(www.facebook.com/hopevote18)는 법안 통과를 추진하는 한시적 연대 기구로 현재 온라인에서 10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식전 공연으로 청소년 스턴트 치어리딩 팀인 ‘블랙이글스’가 신명나는 퍼포먼스를 펼쳐 열기를 더했다.

이날 대회에는 전국의 청소년과 청소년 지도자, 시민 천여 명이 자리를 꽉 메웠으며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야당 원내대표들이 돌아가며 축사를 했다. 손승주 마산 가포고 2학년, 배광열 인천 효성고 1학년 학생이 청소년 대표로 나서 결의문을 낭독했다.

함종한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회장은 시대 변화로 만 18세면 정치적으로 충분히 성숙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잘 아시다시피 성장, 성숙, 발달의 정점은 18세다. 사춘기의 연령을 포함해 모든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것은 그만큼 성장·성숙의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라며 "그냥 눌러만 놓으면 몸집 큰 아이에게 작은 옷을 입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월 19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8세 선거권국민연대 출범식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왼쪽)와 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 [사진=중앙포토]

1월 19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8세 선거권국민연대 출범식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왼쪽)와 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 [사진=중앙포토]

정치인들의 주장도 이어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18세 선거권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대한민국이 그런 글로벌 스탠다드를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낙후돼 있는 나라가 아니다"면서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더 잘났고 똑똑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회가 그동안 제때 필요한 협의에 이르지 못하고 입법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될 것 같다"는 관측도 내놨다. 한국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이 만 18세에 선거권을 주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만 18세 선거권을 반대하는 정치인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대한민국 18세 청소년들이 전 세계의 18세 청소년들보다 미개하다고 말하는 정치인들이 정말 미개한 사람"이라며 "18세 유권자가 (자신의 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레 겁을 먹고 블로킹(방해)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투표권을 주는 학교가 정치판으로 변질된다는 주장에 반대한다. 민주주의 시민교육에 있어 정치교육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다만 '학교가 정치판으로 물들지 않게 하기 위해 학제를 바꿔야 한다'는 견해엔 '조건부 찬성'의 뜻을 밝혔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역사의 고비 고비마다 중고등학생들이 우리나라 역사를 바꿨다"라며 "정치개혁의 출발은 18세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에게 선거권을 주지 말자는 정당을 이번 대선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유관순 열사가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 때가 만 16세다. 학제가 변경될 때까지 왜 참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만 18세면 공무원이 될 수도 있는데 투표권은 왜 안 된다는 거냐. 왜 투표권은 안 주면서 세금은 받느냐"고 법률상의 모순을 꼬집었다.

이날 참석한 이들은 일부 국회의원들이 만 18세는 정신적으로 미숙하다는 둥, 학교가 정치판으로 변한다는 둥 선거연령 하향을 우려하고 있지만 상당수 현행 법령에서는 만 18세 청소년이 독자적인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다고 인정하는 점을 꼬집었다. 선거권 기준만 만 19세인 것은 타 법률과 비교할 때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8세 선거권국민연대 출범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18세 선거권 보장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지난 1월 1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8세 선거권국민연대 출범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18세 선거권 보장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이날 대회 참석자들은 피켓을 들고 다같이 “보우트(vote)! 일팔!”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만 18세 선거권 보장을 촉구했다.

다음은 손승주(마산 가포고 2)·배광열(효성고 1)이 낭독한 결의문 전문이다.

18세 선거권 보장을 위한 국민대회 결의문

18세 선거권 보장을 위한 국민대회에 함께할 우리들은 선거연령 18세 하향이 포함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통과를 위하여, 모든 추진의지와 실천역량을 결집할 것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18세 선거 참여를 위해 국회에 의원 발의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적극 지지한다.

하나, 우리는 모든 정당들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 우리는 선거연령 하향운동에 동참하는 기관·단체, 국민과 함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날까지 연대한다.

하나, 우리는 선거연령 하향 운동이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고 참여하는 범사회적 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실천한다.

2017년 1월 19일
『18세 선거권 보장을 위한 국민대회』 참가자 일동

처음엔 왜 굳이 국민대회까지 열어서 결의를 하나 했는데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들으면서 연령 하향의 필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 것 같다. 이번 행사가 개정안 통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궁금하다. 민주주의 교육의 꽃은 ‘선거 참여’다. 학교에서 선거 참여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교육받아 왔지만 정작 선거 참여는 봉쇄돼 있었다. 청소년이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반드시 선거권이 부여됐으면 한다.

글·사진=김영서(서울 무학여고 1) TONG청소년기자 왕십리지부

[추천 기사]
[복면토크] 10대가 본 정치 ④ 선거 연령 편
(http://tong.joins.com/archives/21128)


▶10대가 만드는 뉴스채널 TONG 바로가기 tong.joins.com

Copyright by JoongAng Ilbo Co., Ltd. All Rights Reserved. RSS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