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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여론의 법정’, 민심 반전 기대한 듯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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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호 1 면

“특검이 (최순실씨가 자백하지 않으면) 삼족을 멸할 것이라고 했다.”(26일 이경재 변호사)


“사실에 근거하면 깨질 일들이 계속 나온다.”(2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25일 이중환 변호사)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던 박근혜 대통령 측이 전면 공세로 전환했다.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설 연휴(27~30일)를 앞두고 ‘여론의 법정’에서 민심 돌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25일에는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특검이) 엮어도 너무 억지로 엮었다” “이번 촛불 시위와 광우병 집회는 근거가 약한 점에서 유사하다”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탄핵심판 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는 같은 날 헌법재판소 변론기일에서 “중대 결심을 할 수도 있다”며 변호인 전원 사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26일에는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가 특검에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동시다발적 여론 공세는 그간 박 대통령이 활용해 온 ‘승리의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년여 전만 해도 박 대통령과 주변에 논란이 생기면 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부인했고 거기서 나온 ‘가이드라인’에 따라 ‘맞춤형 수사’가 이뤄졌다. 수사 결과 발표 뒤 누군가 처벌받으면 논란이 일단락됐다. 구구절절 여론에 호소할 필요도 없었다. ‘세월호 7시간 논란’ ‘정윤회씨 국정 개입 의혹’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 공식은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촉발된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이 공식은 더 이상 박 대통령이 원하는 ‘정답’을 내놓지 못하게 됐다.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태블릿PC’ 등 비선 실세 국정 농단의 증거가 쏟아져 나왔고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도 논란은 지속됐다. 호의적이었던 여론의 법정마저 촛불 민심으로 돌아선 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출범했고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헌재마저 탄핵심판에 ‘신속한 진행’을 강조하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 측이 무더기 증인을 신청하는 등 ‘지연 전략’을 사용하는 것도 여론의 법정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측면이 크다. 보수 진영이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확보한 뒤 여론의 흐름이 바뀌기를 기다리기 위한 차원이라는 얘기다.


특검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순실씨의)삼족을 멸한다는 등의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 최씨 측이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특검의 명예를 훼손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인식에 기가 막힐 뿐”이라며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대리인들이 공모해 총반격에 나선 것으로 극우 보수 봉기를 선동해 남남 갈등을 대대적으로 촉발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해명은 인터넷으로 할 게 아니라 헌재나 특검에서 하라”고 꼬집었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도 “민망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심정으로 자중자애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 측 ‘대응의 변화’가 설 연휴 기간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로 인해 촉발될 여론 변화가 대선 판도를 비롯한 향후 정국을 가늠할 중요한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헌재 재판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국민 여론을 감안해야 하는 헌법 재판 특성상 ‘여론의 법정’의 결론이 무엇이냐가 ‘법률의 법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김경희 기자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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