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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체제 굳힌 네이버, '기술 플랫폼' 변신이 관건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공룡' 네이버가 연 매출 4조원, 영업이익 1조원 고지를 넘어서며 독주 체제를 완전히 굳혔다.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 4조226억원, 영업이익 1조1020억원을 올렸다고 26일 공시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23.6%, 영업이익은 32.7% 늘었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1.7% 증가한 1조850억원, 영업이익은 28.9% 늘어난 2903억원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광고로만 2조96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73.7%에 이른다. 특히 4분기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광고 부문이 선전하며 8219억원의 광고 매출을 기록했다.
해외 사업도 커졌다. 한류 열풍을 타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V)' 등이 인기를 거둔 덕분이다. 네이버의 해외 매출은 전년대비 31.8%, 국내 매출은 19.5% 늘었다. 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의 메신저 '라인'이 인기를 끌며 이를 활용한 캐릭터 상품 매출도 늘었다. 전날 라인은 지난해 연 매출 1407억엔(약 1조440억원), 영업이익 198억엔(약 20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 미국·일본 증시 동시 상장과 함께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국내 1위 인터넷 기업의 주된 수입원이 광고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네이버는 이용자들의 검색어에 맞춰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 홈페이지에서 꽃집을 검색할 경우, 네이버에 광고비를 낸 업체들의 상호와 홈페이지 주소를 상단에 먼저 노출시키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이용자가 특정 상품을 검색할 경우 관련 광고를 노출시키는 쇼핑검색광고, 네이버TV에 노출되는 동영상 광고 를 출시하는 등 신규 서비스와 연계된 광고 상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광고 독식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네이버의 광고 매출은 2위 사업자인 카카오의 광고 매출(증권업계 추산 5200억원)의 5배 이상이다. 국내 3736개 신문사와 지상파 3사의 광고 매출을 합친 액수(약 2조7786억원)보다도 많다. 이에 대해 최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인터넷 기업에는 자율 규제만 있다"며 "규제가 아예 없으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는 만큼 올해 안에 구체적인 규제안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글로벌 광고시장은 구글, 페이스북이 독점하고 있지만 이들은 매출·영업이익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공정한 경쟁 논의는 정확한 시장 획정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 인터넷 기업과의 역차별 가능성에 대한 지적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논란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기술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이 필수요소가 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올해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출시하고 자율주행차, 스마트홈 등 관련 기술과 스타트업에 투자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부터 라인과 함께 'AI 가상 비서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J'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라인의 성공을 이끌었던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취임을 앞둔 한성숙 네이버 신임 대표 내정자는 향후 5년간 국내 기술과 콘텐트 개발에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투자금을 AI와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에 기술력을 끌어 올리고 우수인재를 확보하는 데 쓸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 AI 스피커를 출시하고 자율주행차 실험을 본격화하는 등 관련 행보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구글이 전통적인 웹서비스 사업과 혁신기술 부문을 분리하며 거대 기업으로 발전한 것처럼, 네이버 역시 신기술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야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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