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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팀' 향해가는 강원FC 최윤겸 감독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 목표 가능할 것"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일 울산광역시 동구 방어진체육공원 축구장. 울산에서 전지훈련 중인 K리그 클래식 강원 FC와 원광대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돌풍의 팀’ 강원을 취재하기 위해 방송사 카메라가 세 대나 따라붙었다.

강원은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2부)에서 4위를 한 뒤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클래식(1부)으로 승격한 팀이다. 재정이 넉넉지 못한 도민구단 강원은 올 겨울 ‘폭풍영입’을 통해 K리그 최고의 이슈 메이커로 떠올랐다. 월드컵 스타 이근호(32)ㆍ오범석(33), 지난해 K리그 클래식 득점왕ㆍMVP를 차지한 정조국(33) 등이 강원 FC의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었다. 강원은 10일 동안 매일 오전 7시에 ‘오피셜(선수 이적 등에 대한 공식 뉴스)’을 터뜨렸다.

정조국ㆍ이근호ㆍ오범석 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오범석은 “애가 둘이에요. 열심히 벌어야죠”라며 웃은 뒤 운동장으로 달려나갔다. 경기는 30분 3쿼터로 진행됐다.

1쿼터 초반 강원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정조국이 찬 공은 알고도 못 막을 만큼 빠르게 날아가 골문 왼쪽 모서리를 뚫었다. K리그 득점왕의 포스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정조국은 상대 문전에서 예리한 움직임으로 찬스를 만들고, 중앙선까지 내려와 악착같이 수비에 가담했다. 몸을 풀던 이근호가 정조국을 안아주며 “형 너무 열심히 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2쿼터 중반 ‘베트남의 박지성’ 쯔엉(22)이 투입됐다. 중앙 미드필더를 맡은 쯔엉은 간간이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선보였다. 이틀 전 연습경기(서울디지털대에 5-0 승)에서 도움 2개를 올린 쯔엉은 빠른 속도로 팀에 녹아들고 있다. 이틀 전 2골을 넣었던 신인 안수민의 결승골로 강원이 2-1로 이겼다.

선수단 숙소인 울산 현대호텔 커피숍에서 최윤겸(55) 감독과 마주앉았다. 그는 “계획대로 잘 가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아챔) 출전이라는 목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좋은 선수가 너무 많이 들어온 것 아닌가.
“생각지도 않은 클래스의 선수들을 잡아준 조태룡 대표에게 감사한다. 그런데 솔직히 정조국ㆍ이근호 빼고는 특A라 할 만한 선수는 없다. 전북이나 서울이 영입했으면 ‘거기서 주전으로 뛸 수 있을까’ 했을 선수들이다.”
그렇다면 이 멤버로 아챔에 도전할 수 있겠나.
“조금 모자람이 있는 선수들이 모여야 정신력이 생기고 절실함 때문에 팀에 녹아들 수 있다. 여기 온 선수들은 꼭 성공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다 있다.”
팀워크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텐데.
“지난 시즌 끝나고 수원 FC 조덕제 감독과 P코스(최상급) 지도자 교육을 같이 받았다. 수원이 지난해 클래식으로 승격했다가 다시 강등된 배경에 대해 조 감독은 ‘팀을 승격시킨 기존 선수들과 영입 선수들간의 불협화음을 일찍 간파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 점을 깊이 새기고 있다.”
그래서 승격 공신들을 대거 정리했나.
“내보내면서 한 번 미안한 게 (벤치에 앉혀 놓고) 1년 내내 미안한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지만 이미 그 이상 수준의 선수들이 들어와 버렸다. 차라리 본인이 뛸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낫지 않겠나.”

폭풍영입을 진두지휘한 조태룡 대표와 선수단 사이에 ‘시각차’는 없을까. 최 감독은 “조 대표가 지난 시즌 승격이 확정되기 전에 이미 ‘ACL(아챔) 감독님으로 만들어 드리겠다. 그런 선수들을 뽑아 주겠다’고 하셨다. 대표가 그 방향성을 갖고 영입 대상 선수들을 설득했다. 나도 그 방향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어떤 얘기들을 하나.
“본인들도 대접받고 주목받고 있다는 걸 잘 안다. ‘우리가 한국 프로축구에 새 역사를 만들고 축구 시장을 활성화시키자’고 서로 격려한다. 노력에 대해서는 ‘응분의 화폐’가 지급될 거라는 것도 안다.”
솔직히 지금 전력은 어떤 수준인가.
“정규리그 상위 스플릿(6강)에 들 전력은 된다고 본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여도 지거나 골을 먹는 게 축구다. 우리가 조금만 더 애써서 조직력을 갖춘다면 3위 안에 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날 저녁 강원 선수단은 숙소 근처 고깃집에서 회식을 했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잔을 채워주며 “팀보다는 개인의 목표를 생각해라. 각자가 목표를 달성하면 팀은 자동으로 강해질 것이다”고 격려했다.

강원은 설 연휴 기간(1월 26∼30일) 훈련을 쉰다. K리그 대부분 팀이 해외 전지훈련 중에 설을 맞는다. 최 감독은 “그 시간이 정말 아깝긴 하다. 하지만 가족같은 팀을 만들겠다고 해 놓고 가족끼리 명절을 보내지 못하게 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영입 스타들의 솔선수범이 합쳐지면서 강원 FC는 ‘원 팀’을 향해 가고 있다.

울산=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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