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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당 정치시대 … 누가 대통령 돼도 연정 불가피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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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떠오르는 연정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4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 정책간담회에 참석했다. 문 전 대표가 신봉길 전 요르단 대사, 석동연 전 홍콩 총영사, 이호철 인하대 교수(오른쪽부터) 등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4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 정책간담회에 참석했다. 문 전 대표가 신봉길 전 요르단 대사, 석동연 전 홍콩 총영사, 이호철 인하대 교수(오른쪽부터) 등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대선 정국에 연정론(聯政論)이 부상하고 있다.

연립정부 구성 못하면 정부조직법도 못바꿔
문재인·반기문 등 대선주자들 잇단 연정 언급
정권교체 연정, 내각제 개헌 연정 … 방향엔 차이

대선지지율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연정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다. 그는 “한 개 정당으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하고, 여러 정당과의 연대가 필요하면 연정도 가능하다”며 “대선주자들과 함께 정권을 교체하고 국정을 운영해 민주당 정부가 이어지는 데 힘을 모으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권교체에 힘을 보탠 다른 야권주자에게 민주당 정부 국정운영에 참여기회를 주겠다는 소연정 제안인 셈이다. 소연정은 영국의 보수당-자유당, 독일의 사민당-녹색당 연정처럼 비슷한 이념의 정당과 정부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대연정은 보수-노동당(영국), 기민당-사민당(독일) 연정처럼 상반된 이념을 가진 거대 양당이 연립하는 경우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김태년 의원은 “정권교체와 새누리당 정권 적폐청산을 위해 당내 다른 대선주자는 물론 야권 주자들과 협력하겠다는 차원”이라며 “과거 한나라당과 함께하려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구상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인 2005년 7월 지역구도를 해소하는 선거법 개정을 조건으로 당시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으나 박근혜 대표가 “헌법파괴적인 생각”이라며 거부해 불발로 끝났다. 하지만 대연정은 16년 전 한국 정치에 실제로 등장한 전례가 있다. 1998~2001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 사실상 최초의 연정이다. DJ와 JP는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연합에 성공한 뒤 공동정부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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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다시,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올 상반기에 연립정부(연정)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다당체제의 출현에 의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121석), 새누리당(96석), 국민의당(38석), 바른정당(31석)에 이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지지하는 새누리당 충청·수도권 의원들이 ‘5번째 교섭단체’를 만들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여소야대 상황이다. 최소 1개 이상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고선 법률개정 사항인 대선 공약은 애초에 실현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자력으로는 정부조직법 하나 통과하지 못하는 구조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24일 오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찾아 김영주 목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24일 오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찾아 김영주 목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친문, 새누리당 친박 세력을 제외한 연대구상인 ‘빅텐트론’도 사실상 연정 구상이다. 빅텐트에 가담한 세력이 결국 공동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문 전 대표를 빼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그룹과 민주당 내 비문세력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새누리당 온건파까지 합친다면 ‘대연정’으로 볼 수 있다.

반 전 총장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김한길 전 국민의당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개헌론자들과 연쇄 회동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정당 간 신뢰 전통 없어, 연정계약서 공개 필요”

하지만 연정의 형태와 성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정권교체(문재인), 임기단축 후 내각제 개헌(반기문 등 제3지대론자) 등 각 대선주자들이 내걸고 있는 연정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결선투표제(1차 투표 과반 미달 시 1, 2위 2차 투표)를 통한 연정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결선투표제에 나서는 1, 2위 후보는 3위 이하의 후보와 연정이 불가피하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프랑스는 대선은 물론 총선도 결선투표제여서 각 정당들이 좌파연합과 우파연합으로 선거연합을 만들고 연정을 하는 게 일상화돼 있다”며 “결선투표제는 연정을 제도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정훈 서울대(정치학) 국제대학원교수는 “한국의 경우 아직 유럽처럼 정당 간 상호신뢰의 전통이 없기 때문에 DJP 연합이 김종필 총리에게 경제부처 장관 임명권을 보장했던 것처럼 ‘연정계약서’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정효식·강태화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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