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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한 수] 강한 바둑 '한국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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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한국류'는 모양의 아름답고 추함을 따지지 않는다. 심미적인 일본식 바둑에 비해 한국식 바둑은 당연히 거칠고 전투적인 양상을 띤다.실전적이고 예측불허의 행마를 자랑하는 한국류는 어언 추한 수를 꺼리는 일본식을 제치고 세계 바둑의 주류로 나섰다.

#장면1=최철한5단(백)과 이상훈4단(흑)의 삼성화재배 예선결승전. 흑의 이4단이 1로 뛰어나간 장면인데 실리에서 흑이 앞서 있기 때문에 백은 안이한 방법으로는 형세를 얻기 어렵다. 최철한의 다음 한수는 어디였을까.

#장면2=백1로 모양 사납게 붙여 3,5로 돌파한 것이 쉽게 생각하기 어렵지만 강인하면서도 실전적인 수법이다. 이렇게 흑을 양분함으로써 멀리 백? 쪽의 두터움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중앙에 큰 집을 만들어 형세를 압도할 수 있었다.

최철한은 이 판을 이겨 출전 선수 중 가장 먼저 본선 진출에 성공했는데 그 발판은 백1로 부딪혀 끊는다는 파격적인 발상에 있었다. 이렇게 거친 수법은 이쪽도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오랜 세월 경원의 대상이었으나 최근엔 젊은 프로들이 선호하는 인기품목이 됐다.

요즘 빈번해진 '속기'도 바둑의 흐름을 사납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속기는 수읽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기세와 배짱도 승부의 한 요소로 작용한다. '한국류'는 속기에서 더 위력을 보이기 때문에 점점 더 유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여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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