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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월급제」 싸고 서로 한발도 양보 안 해|11차례 협상도 헛수고...강경으로 만 흘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찬성 1백40 반대 47….』무덥고 긴 여름 11차례줄다리기 협상이 끝내 결렬되는 순간 「파업, 파업」하는 고함소리가 장내를 뒤덮었다.
『총 2백3명중 찬성 1백4O표, 반대 47표, 기권11표, 무효 5표로 내일, 9월1일 새벽5시부터 우리의 요구인 완전월급제실시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무기한 총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됐읍니다.』『땅 땅 땅』 노조지부장 박윤덕씨의 의사봉 소리는 지난달 22일 시내버스부분파업에 이어 또다시 「시민의 발」을 묶는 신호로 메아리 졌다.
31일하오5시20분 서울신천동 교통회관6층 회의실. 서울시내 2백72개 택시회사 중 노조가 결성돼 있는 2백72개 회사조합장 중 2백3명이 참석,2시간10분간의 열띤 토론 끝에 「결렬」 이 선언됐다.
『사업조합 측의 제안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25일의 운영위원회 결정대로 내일부터 당장 파업에 들어가야 합니다.』
『당장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시민 여론도 좋지 않으니 우선 조합장들만 시한부농성에 들어가 운행은 하면서 우리몫을 얻어냅시다.』
노조지부장의 10차례 노사협의 협상과정 보고는 조합장들의 거센 항의와 반발에 부닥쳐 중단되고 사업조합 측의 제안은 전면 거부됐다.
이날 하오2시로 예정됐던 회의는 시작시간이 될 무렵까지 회의장소조차 구하지 못해 진통을 겪었다. 현 지부장파·전지부장파·민주노조파로 나뉘어 있는 택시노조 조합장들끼리 과격행동을 벌일까봐 큰집인 전국자동차노조는 물론 서울택시조합에서도 집회장소제공을 꺼렸기 때문.
회의시작 전부터 들끓던 조합장들은 20평 남짓한 택시조합 소회의실에 2백3명이 들어가 한증막과 같은 뜨거운 열기 속에서 분위기는 자꾸만 강경 쪽으로 흘렀다.
조합장들은 한때 보도진들의 출입마저 거부했고 머리에는 「쟁취」란 띠를, 가슴에는 「업적금 폐지하여 완전월급제 쟁취하자」 라는 리본을 달고 회의에 참석.
『조합장들이 이용으로 몰리지 않고 살아나갈 구멍을 만들어 달라.』
『시민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냉각기간을 가집시다.』
결국 회의는 하오4시4O분 「완전월급제를 위한 파업」여부에 대한 찬반투표로 끝났고, 대부분의 조합장들이 역삼동 자동차노조연맹 사무실로 몰려가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협상결렬→파업에 대해노조와 사업조합측은 서로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노조측이 뻔히 안되는줄 알면서 제도개선문제인 완전월급제만 계속 고집, 다른 협상 안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우리들의 요구는 지난4월 체결된 임금수준의 5%인상정도에 상여금 1백% 추가지급으로 전국 어디보다 낮은 수준인데도 사업주가 성의를 보이지 않았읍니다.』
파업이 결정된 뒤 4시간만인 하오10시20분쯤 마지막 협상이 시도됐으나 서로의 입장만 다시 확인하고 회의는 4O분만에 끝났다. 다급해진 사업조합 측은 한밤중인 하오11시30분쯤 시 사회과에 쟁의발생신고를 접수.
보다못한 김광득교통부 육운국장이 조합장들과 같이 「쟁쥐」 란 머리띠를 두른 채 하오11시10분부터 노조측대표들과 대화를 가졌으나 결국 노사협의는 다시 열리지 못했다. 여러 차례 조정에 나섰던 서울시도 부랴부랴 개인택시 부제해제 등 긴급교통대책을 발표.
지난13일부터 모두 11차례의 여름날보다도 더 길고 뜨거운 협상을 벌였는데도 아무런 열매를 거두지 못한 노사 양쪽대표들은 모두가 허탈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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