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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파업과 과격화 양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일고 있는 택시파업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파업 운전기사들이 운행중인 시내버스와 택시를 향해 돌을 던지거나 개인택시를 뒤엎는등 격렬해지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는 도심도로를 점거, 차단해 도시교통을 장시간 마비시키는 일도 있었다. 각목을 든 이들은 시내버스에 타고있던 승객이 무질서를 나무라자 우르르 달려들어 유리창을 깨고 시내버스안으로 뛰어들어가 마구 폭행했다.
이틀간의 시위에서 파손된 차량이 1백여대에 2O여명이 부상한 것만으로도 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어느정도인가를 알수 있다.
택시기사들의 집단 운휴나 차량시위는 그동안 자주 경험했다. 지난4월에 서울 택시기사들이 완전 월급제를 주장하며 도심일원에서 폭발음을 내면서 차량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엔 시위로 교통혼잡이 야기되고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는 했어도 대다수 시민들은 기사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쪽이었고 그런대로 참으려고 애섰다.
그러나 이번 처럼 격렬한 행동으로 치달으면 어느 누구의 지지나 호응도 받기 어렵다는걸 알아야 한다.
운전사들의 주장이 아무리 정당하고 절박하다 하더라도 폭력과 무질서까지 정당화 시켜주지는 않는다.
우리 국민들이 그토록 염원하고 추구하는 민주화는 폭력을 허용해도 된다는 그런 민주화는 아니다. 시민이 무슨 죄가 있고, 시민들이 피해를 봐야할 이유라도 있는가.
어떤 노사분규도 법과 질서를 지키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주적으로 이룩해야지 파괴와 폭력이 앞서서는 안된다.
지금 대구시민들은 일부 택시기사들의 폭행에 분개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들의 폭행을 방치한 공권력에 대한 원망도 크다고 한다.
사회 공안질서와 법의 집행을 떠맡고 있는 경찰이 무슨 이유로 이들의 폭력을 구경만 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다.
택시도 시내버스와 마찬가지로 시민의 발 구실을 하는 지극히 공익성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이런 점에서 운수업 종사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고 관철하는데는 자신들의 공적 책임과 사명도 잊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어떤 경우에도 냉철한 이성과 품위를 지켜 법질서를 일탈하는 일이 없도록 자제하고 인내해야한다.
교통운수당국 또한 이번과 같은 파업양상이 근원적으로 무엇에 기인했는가를 곰곰 따져보고 반성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대중교통 정책의 해묵은 문제점들을 샅샅이 들추어내 과감한 수술을 단행하고 운수업계도 운영상의 모순을 제거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이번 파업의 책임이 운전사외에 당국과 운수업계도 공동으로 져야할 책임인 만큼 완벽한 사태수습과 문제해결로 두번 다시 국민들을 걱정시키거나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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