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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유방재건 1500만 → 400만원…‘선별 건보’ 덕본 환자 많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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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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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일(47·여)씨는 2015년 6월 유방에서 암이 발견됐다. 같은 달 유방을 절제하고 재건하는 수술을 함께 받았다. 배씨는 암 수술과 치료비, 유방 재건 수술비 등으로 1000만원가량을 부담했다. 재건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술 수가(가격)의 50%만 냈다. 그는 “재건 수술은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선택했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돼 좋았다”고 말했다.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수술 등의 치료를 받으면 보통은 건보 적용 진료비의 20%를 부담한다. 배씨는 재건 수술에 왜 50%를 냈을까. 재건 수술은 ‘선별 건보’ 제도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선별 건보는 2014년 도입됐고 환자가 진료 수가(가격)의 50% 혹은 80%를 낸다. ‘20% 부담’이라는 건보 원칙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가성비’ 낮지만 필요한 수술
환자가 진료비 50%, 80% 부담
편익 높으면 필수로 전환 계획
3월부터‘폐색술’등 2건 추가

선별 건보는 그동안 건보가 적용되지 않던 비보험 진료 중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높지는 않지만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되는 분야에 적용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다소 떨어지지만 ‘될성부른 떡잎’처럼 보일 경우다. 가성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환자가 50%를, 이보다 낮으면 80%를 환자가 낸다. 3년 정도 시행해 본 뒤 치료 효과나 환자 편익이 높으면 20%만 부담하는 필수 건보로 전환할 계획이다.

선별 건보는 3년 전 암·뇌질환·심장병·희귀(난치)질환 등 이른바 ‘4대 중증 질환’에 처음 도입됐다. 4대 질환의 수술·검사나 치료용 재료 중 건보가 적용되지 않던 50가지를 골라 선별 건보로 전환했다. 지난해 7월 이후엔 다른 질환의 검사 세 가지를 포함했다. 복지부는 다른 질환으로 더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선별 건보가 되면 비보험 진료일 때에 비해 진료 수가가 낮아진다. 비보험 진료는 의료기관이 임의로 가격을 정한다. 병원마다 가격이 다르고 쉽게 오른다. 그러나 선별 건보가 되면 정부가 대개 시장가격의 50~70% 선으로 진료 수가를 낮춘다. 환자는 이 수가의 50%, 80%를 내기 때문에 부담이 꽤 줄어든다. 예를 들어 유방 재건 수술은 비보험일 때는 800만~1500만원이었다. 선별 건보가 되면서 수가가 400만~800만원으로 낮춰졌다. 환자는 이 중 50%인 200만~400만원을 낸다. 비보험 때보다 가격이 30% 선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 유방암 환자(61)는 6년 전 절제수술을 받은 뒤 재건 수술을 하려고 했다가 1500만원이 넘는 비용 때문에 포기했다. 그러다 선별 건보가 된 이후인 2015년 400만원만 내고 수술을 받았다. 2015년 재건 수술을 받은 이모(59)씨는 “수술 전엔 노출을 해야 하는 찜질방 모임 등에 갈 엄두를 못 냈다. 하지만 지금은 위축되거나 우울하지 않다”고 말했다. 선별 건보가 적용되면서 재건 수술 환자가 크게 증가한다. 윤을식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5~6년 전엔 유방 절제 환자의 6% 정도만 재건 수술을 했지만 현재 2~3배 늘어 15~20%가 선택한다”고 소개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뇌성마비 환자 이모(42·여)씨는 지난해 1월 대학병원에서 척수강에 약물주입펌프를 심었다. 예전이라면 1587만원을 내야 했는데 선별 건보가 적용돼 절반만 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펌프를 심으면 기존 약에 비해 100~300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심장 판막 질환과 부정맥이 있던 72세 여성 환자는 대변이 검고 피가 나와 위·대장 내시경 검사, 복부CT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소장에 캡슐내시경 검사를 해 혈관기형을 확인했다. 캡슐내시경은 알약처럼 생긴 작은 내시경이다. 환자가 삼키면 창자 속으로 들어가 내부를 직접 보여 준다. 종전엔 검사비가 130만원이었다. 그런데 선별 건보가 적용돼 약 43만원으로 떨어졌다.

환자들은 선별 건보를 환영한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의 부담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시행 결과를 평가해 일부는 필수 건보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선별 건보로 부담을 낮췄지만 저소득층이 여전히 부담을 느낀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이 제도가 4대 중증 질환의 신의료 기술 등에 집중되고 중산층 이상만 혜택을 보는 부작용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선별 건보가 의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만큼 되도록 필수 건보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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