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일생|오페라에 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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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처님의 일생을 노래하는 사상 최초의 불교 오페라 『석가여래』가 작곡되고 있다. 불교음악발전을 위해 외길 삶을 살고있는 작곡가 서창업씨 (59·불교음악연구원장) 는 이 오페라작곡을 거의 끝내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연말까지 오키스트레이션을 끝내고 적극적인 공연준비에 나서 88년11월쯤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6년전 어느날 느닷없이 이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었습니다. 장엄한 화음과 대합창, 그리고 무대의 모습이 한꺼번에 떠오르면서 내 영혼을 흔들었읍니다』 서씨는 이날부터 6년동안 구상에만 전념하며 악상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했다. 그리고 올봄부터 이를 5선지에 옮기는 본격적인 작곡에 들어갔다.
밤부터 새벽까지 남들이 잠자는 시간에 아리아의 가사를 쓰고 선율을 다듬었다.
『석가여래』는 공연시간 2시간 남짓의 4막 오페라. 공연 형식은 비록 서양 오페라와 같지만 여기에 담겨지는 음악과 분위기는 전혀 새로운 것이다. 장조와 단조를 혼합·수용한 새로운 조성으로서 동서음악을 통합한 특이한 형식이다.
피아노로 들어본 작품의 일부는 색다르지만 금방 귀에 와닿을만큼 친근감을 준다.
오페라 『석가여래』는 부처님의 전생을 배경으로 허밍 코러스가 흐르며 막이 오른다.
『빛이여,우주의 빛이여/다함이 없는 생명의 빛이여/속세를 아득히 거쳐/이제 여기 오시려하오이까…』
제1막은 마야부인이 룸비니동산에서 부처님을 낳는 모습이 절정. 프리마돈나 마야부인은 이렇게 노래한다.
『여래이시여!이몸이 가루가 될지라도/부디 밝게 태어나시사/저에게 성스러운 아픔을 새기시고/영원한 자리에 돌아가게하소서…』
올봄 시집 『별처럼 바람처럼』을 펴낼만큼 시작에도 뛰어난 서씨는 이작품에서 대서사시를 읊는다.
3막은 부처님의 설법포교과정. 4막은 열반과정이 묘사된다.
이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는 5백명의 대합창단이 출연, 5백개의 목탁으로 웅장한 화음을 이루는 마지막 장면이다.
이 오페라의 또하나 특징은 성악가들의 발성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서양의 발성이「몸소리」라면 여기에서 들려줄 음악은 「마음소리」입니다. 단전을 이용한 그윽하고 우람한 소리입니다』
서씨는 알맞은 배역을 찾기가 큰 숙제라고 말한다. 노래만 잘해서는 안되고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외모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성악가가 결정 되는대로 그가 개발한 「마음소리」를 가르칠 예정이다.
서씨는 일본경도의 화원음악원에서 성악(테너)을 전공하고 해방후 다시 서울대음대 작곡과(제5회) 를 졸업했다.
15년전 우연한 기회에 불교에 귀의, 독실한 재가신도가 됐다.
『음악을 통해 세상을 평등케 하는것, 그것이 저의 유일하고 영원한 보살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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