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선착순' 아닌 '위급한 질환' 먼저 심장·뇌 환자는 대형 병원 방문 필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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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누구나 한번은 응급실을 찾은 경험이 있다. 늦은 밤 아이가 아플 때, 크게 다쳤을 때처럼 위급한 상황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응급실이다. 하지만 막상 응급실에 가서도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다른 병원 이용을 권유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2015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따르면 대기 시간이 긴 상위 20개 병원에서는 중증 응급환자도 평균 14시간을 응급실에 머문다. 응급실 이용에도 원칙이 있다. 환자와 병원을 위한 올바른 응급실 이용법을 소개한다. 

무조건 대형 병원? 결정 힘들면 119센터 도움 받자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한 환자가 모이는 곳이다. 접수순서가 아닌 위급한 사람을 먼저 치료한다. 따라서 대학 병원 응급실을 꼭 찾아야 하는 경우를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우선 평소 앓고 있던 질환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그동안 다니던 병원을 우선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주치의가 환자의 상태를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환자의 증상이 응급인지 아닌지, 일반 병원을 찾아도 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우면 119센터에 상담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119센터에 연락하면 환자가 덜 붐비는 응급실이나 약국 위치, 어떤 응급조치가 필요할지 등을 안내 받을 수 있다.

가벼운 골절이나 상처가 나 꿰맬 땐 덜 붐비는 중소병원을 찾는 게 낫다. 골절의 경우 응급처치 과정과 노하우가 병원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중소 병원 응급실에서 1차 처치를 받고 필요에 따라 부기가 빠지는 1~2주 후에 원하는 병원에서 수술받으면 된다. 다친 부위를 꿰매는 것도 최소 6시간에서 최대 24시간 내에 수술하면 돼 중소 병원에서 기본 처치를 받고 가까운 성형외과에 가서 꿰매는 방법을 권한다.

신체 절단과 화상, 중독 상황에선 전문병원을 찾는다. 전문 응급병원은 검사·치료 기기뿐 아니라 치료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위급 환자는 종합 병원 응급실 방문 필수

심장·뇌·외상 등 치료에 '골든타임'이 존재하는 환자는 대형 병원을 찾아야 한다. 중소병원은 24시간 응급의학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거나 전문 치료 기기 등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 심장 질환은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등을 느낄 때가 많다. 뇌 질환은 '칼로 찌른는 듯' 극심한 두통, 시야가 흐려지거나 한쪽 팔, 다리 감각 이상 등이 나타나는 경우, 피를 토하는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의심할 수 있다. 

부모에게 자녀가 아플 때만큼 애타는 순간이 없다. 생후 6개월 내 아이가 38도 이상이거나, 생후 6개월 이상에 아이가 39도 이상일 때, 열 경기를 일으킬 때, 먹지 말아야 할 음식물을 먹은 경우에는 응급실을 찾는다. 열이 났을 땐 열이 난 시간과 해열제를 투여한 시간, 소변과 대변 횟수 등을 시간대 별로 기록해 가면 진료에 도움이 된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한철 교수는 “응급상황 발생에 대비해 평소 소아 전문 응급실 등 집 주변의 응급실 리스트를 파악해 두고, 간단한 응급처치 방법을 익혀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 조언했다.

응급실 이용 Q&A (도움말: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Q. 응급실 방문 전 준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A. 평소 복용하던 약물을 파악해 오는 것이 좋다. 약을 직접 가져오거나 약봉지를 챙겨오는 것이 가장 좋다. 약물 복용시간을 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독극물이나 위험약물을 마셨을 땐 이 약물과 토사물을 가져올 것을 권한다. 

Q. 건강보험증을 꼭 가져가야 하나요?
A. 병원에서는 이름과 주민번호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건강보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정보법 변경 후 전체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불가능하지만 환자 식별을 위해 의료기관은 주민등록번호 수집은 가능하다. 만약을 고려해 어린 자녀나 연세가 있으신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는 메모해 두는 것이 좋다.

Q. 응급실에서 6시간 이상 치료를 받으면 입원에 해당하나요?
A. 과거에는 체류 시간이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내원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본인부담률이 결정된다.

Q. 급하게 오느라 돈을 준비하지 못했는 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응급대불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치료비를 내지 못하는 경우 병원에서 대불신청서를 작성 후 제출하면 건강보험공단에 추후 개인사정에 따라 납부가 가능하다. 단, 호흡 곤란이나 의식 저하, 소아 경련, 개복술이 필요한 증상과 상처 봉합 등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 적용할 수 있으며 감기, 두드러기, 단순 복통 등의 증상은 해당되지 않는다.

Q. 진료비가 생각보다 많이 청구된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응급실에서는 접수비와 별도로 ‘응급의료 관리료’를 부과한다. 비응급환자로 인한 혼잡을 막고 응급시설 등의 운영을 위해서다. 응급의료기관의 종류나 응급 증상의 정도에 따라 차등 부과된다. 따라서 비응급환자나 경증환자에게는 청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과다 청구인지 확인하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서 진료비용 확인을 위한 신청서를 작성한 후 병원비 영수증을 인터넷에 첨부하거나 우편 또는 FAX로 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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