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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인수 노리는 '비밀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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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우건설 인수를 둘러싼 컨소시엄 구성이 첩보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20일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예비입찰을 받은 결과 인수 희망자들은 모두 10개 컨소시엄으로 나타났지만 어떤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는 무엇보다 '비밀 유지 확약' 때문이다. 캠코 관계자는 "어떤 투자자와 손을 잡느냐가 인수전에서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누구인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0개 컨소시엄에 참여한 53개 투자자 가운데 이름이 알려진 곳은 이들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투자자 정도다. 이들은 금호아시아나.두산.한화 등 대그룹과 유진그룹.대우자동차판매건설.프라임그룹.삼환기업.대주그룹.경남기업 등이며, 나머지는 시중은행과 사모펀드 등이다.

더구나 예비 입찰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최종 입찰 전까지는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지속될 전망이다. 인수 가격을 낮추거나 유리한 조건만 제시된다면 언제든 파트너를 바꿀 수도 있으며, 입찰에서 아예 빠질 수도 있다.

당초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코오롱그룹과 아주그룹.골드먼삭스.코아구조조정기금 등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그룹 컨소시엄에 참여하려던 산업은행은 인수전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산은 관계자는 "입찰 경쟁이 너무 과열돼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인수 가격이 예상을 넘으면 최종 입찰에도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전이 뜨거워지면서 10개 컨소시엄 중 1~2곳이 입찰 가격을 3조원 이상 써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캠코가 추정한 대우건설 매각 가격인 2조4000억~3조원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대우건설 입찰에 시중은행들이 전통적인 자금공급자 역할을 접어두고 직접 기업인수자로 나서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일반 대출이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또 인수 과정에서 안정적 대출도 노릴 수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지난해 6월 대우캐피탈 인수전에서 300억원가량을 투자해 상당한 차익을 거두고 4000억원의 신규 대출도 일으킨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이번에는 HSBC.유진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우리은행은 두산그룹과 프라임그룹이 구성한 컨소시엄에 인수자금을 주선해 주기로 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본입찰을 거쳐 4월 중 선정될 예정이다.

김동호.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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