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올해 한국 경제가 넘어야 할 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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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매년 1월이면 한 해 경제 상황을 전망하곤 한다. 사실 전망은 경제학 영역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분야이다. 경제변수들 중 상당수가 예측이 불가능하며, 경제 영역 밖의 예기 하지 못한 사건들이 경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제이론에 따르면 주가는 아예 예측할 수 없다. 수업 시간에도 종종 “내가 주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여기서 한가하게 수업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곤 한다. 당장 주식투자만으로 떼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보호무역강화, 금리인상…
중국 기술추격도 산업에 그림자
가계부채·산업구조 개편도 암초

경제영역 밖의 사건들도 경제학자가 예견하긴 어렵다. 누가 작년 이맘때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예상했을까? 이런 사건이 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미리 감안해 경제전망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대신 올해에는 우리 경제에 어떤 리스크 요인들이 있는지 점검해보자. 첫째,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미국경제의 움직임이 우리 경제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우리도 국내총생산(GDP)의 7%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인상도 우리 경제엔 위협이다. 우리 경제는 아직 회복이 더뎌 금리를 올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만 금리가 올라가면 국내에서 자본이 유출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환율이 급변동하게 되면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둘째, 중국경제의 리밸런싱(rebalancing)도 한국경제에 부담이다. 한때 위기설이 돌았던 중국경제는 이제 고도성장기를 마치고 중속도의 성장기로 접어들고 있다. 더 이상 과거처럼 투자율이 50%에 육박하긴 어렵고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재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기술발전에 따라 핵심부품에 대한 외국의존도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변화도 한국에 불리하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투자재나 부품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셋째, 가계부채 규모도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 대비 150%를 넘어섰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훌쩍 넘어선다. 아직 금융위기를 초래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되나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 금리도 따라 오르게 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은 이미 한계에 이른 곳이 많아 이들이 파산에 이르면 소득불평등이 더욱 악화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산업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이미 조선과 해양 산업에서는 과잉 생산시설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매우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다.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함에 따라 실업자가 양산될 수 있다.

철강과 건설업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건설업은 2016년 3분기 경제성장의 3분의 2를 담당할 정도로 막대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미 부동산경기가 식어가고 있어 건설업이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불안이다. 탄핵으로 대통령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정치지형은 극도로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기 어려운 만큼 정치적 혼란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대외압력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고 대내적으로 시급한 제도정비와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이 올해 우리 경제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이런 리스크 요인들이 한국경제를 위기로 내몰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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