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담배업계 줄잇는 M&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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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세계 최대 담배회사 탄생이 임박했다. 영국계 담배회사인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는 미국 2위 담배회사 레이놀즈아메리칸(레이놀즈)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던힐·럭키스트라이크·폴몰 브랜드 담배를 생산하는 BAT는 이미 2004년부터 레이놀즈 지분 42.2%를 보유하고 있다. BAT의 이번 제안은 주당 59.64달러에 레이놀즈의 나머지 지분 57.8%를 사들이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BAT가 레이놀즈 이사회에 제안한 인수액은 494억 달러(약 57조원)에 달한다. 두 회사의 합병은 주주총회 의결과 반독점당국 승인을 거쳐 올 가을 안에 완료될 예정이다. 벤 스티븐스 BA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두 회사의 주요 시장이 겹치지 않는다”며 “반독점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BAT는 이번 인수로 수익성이 좋은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말보로 제조사인 알트리아그룹이 42.4%(2015년 기준)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카멜 브랜드로 유명한 레이놀즈는 31.3%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현재 BAT의 미국 점유율은 5.3%에 불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은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담배시장”이라며 “흡연자의 가처분소득이 높고 전자담배 등 대체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에서 BAT가 우위를 점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의 담배시장 매출은 2011년 710억 달러에서 2015년 940억 달러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담배 판매량은 3분의 1가량 줄었지만 담뱃값이 꾸준히 올라 담배회사의 수익성은 개선됐다.

BAT, 레이놀즈 인수 협상 마무리
올 가을 승인 땐 세계 최대 업체
미국 1위 알트리아도 계획 발표

BAT와 레이놀즈의 이번 거래는 다른 담배회사 간 인수·합병(M&A)에도 불을 붙일 전망이다. BAT의 합병 소식이 전해진 이날 미국 시장점유율 1위 알트리아는 고급 담배 브랜드인 넷셔먼(nat sherman)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웰스파고의 보니 헤르조그 담배산업담당 애널리스트는 “2008년 알트리아에서 분사한 필립모리스가 다시 합병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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