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 토고' 콩고에 완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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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콩고와 토고의 경기에서 콩고의 이룽가 헤리타(왼쪽)와 토고의 세나야 야오 마우코가 볼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카이로(이집트) AFP=연합뉴스]

독일월드컵 예선 G조 한국의 첫 상대인 토고가 심각한 '집안 싸움'에 휘말렸다.

주전 공격수는 "경기에 뛰지 않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했고, 스티븐 케시 감독은 선수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토고는 22일 새벽(한국시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첫 경기에서 콩고에 0-2로 완패했다.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예선에서 11골을 넣었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21)는 22일(한국시간) 프랑스 라디오방송 RTL과의 인터뷰에서 "케시 감독과 관계가 매우 악화됐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과는 이제 결별이다. 나는 로메에 있는 집에 가 아픈 어머니를 간호할 것"이라며 네이션스컵의 남은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최근 AS 모나코(프랑스)에서 아스널(잉글랜드)로 이적한 아데바요르는 콩고전 1시간 전에 발표된 선발 출전 선수 명단에는 이름이 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가 출전하지 않자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은 급하게 손으로 쓴 보도자료를 통해 "아데바요르가 복통 때문에 선발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아데바요르는 후반 18분 교체 투입됐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케시 감독은 BBC와 인터뷰에서 아데바요르를 "거짓말쟁이" "버릇없는 선수"라고 비난했다. 그는 "오늘 아침 아데바요르에게 오랫동안 경기에 뛰지 않았고 또 지난주는 아스널과의 이적 협상으로 훈련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콩고전에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면서 "경기 직전 마음을 바꿔 아데바요르를 출전 명단에 넣었다. 하지만 그는 뛰지 않겠다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토고 선수들은 자국 축구협회에 "격려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네이션스컵에 뛰지 않겠다. 1인당 2000만 CFA(약 4000만원)를 달라"고 요구했고, 협회는 "일단 1000만 CFA씩 주겠다"며 겨우 선수들을 달랬다. 돈 문제도 선수와 협회 간 불화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토고의 경기를 본 대한축구협회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토고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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