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평창동 집값 '10년째 그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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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고급 주택촌인 서울 성북동 일대

1996년 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 현대아파트를 팔고 성북2동 단독주택으로 이사 간 강모(66)씨. 그 는 성북동 생활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맑은 공기 속에 정원을 손질하는 재미도 있고 대한민국 최고 부촌에 산다는 자부심도 값으로 매기기 힘든 메리트 중 하나다.

그러나 집값을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아파트를 판돈(65평형.당시 6억3000만원)에다 2억원을 보태 산 집(대지 120평)인데 현 시세인 11억원에 팔 경우 그 돈으로 강남 40평형대 아파트조차 사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씨가 10년 전에 판 아파트값은 현재 22억원이다.

전통의 고급주택촌으로 불리는 성북.평창동의 주택 몸값이 말이 아니다. 고급에 어울리지 않게 집값 은 바닥을 긴다.

성북동 단독주택의 현 시세는 평당 700만~1000만원이다. 거의 10년동안 꿈쩍도 하지 않은 시세다. 땅값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깨끗한 주택과 잘 정돈된 정원은 덤으로 딸려오는데도 이 정도다. 평창동도 평당 700만~1000만원으로 서울 시내 웬만한 산동네 구옥 시세에도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성북.평창동의 집값이 이같이 싼 것은 사용가치는 높은 데 비해 개발가치가 워낙 낮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성북동은 산자락이어서 공기가 맑고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등 주거환경이 좋아 고급 수요층이 주로 찾았다. 한 번 들어온 사람은 여간해선 나가지 않을 정도로 매력이 많은 곳이다. 유명 기업인들이 둥지를 많이 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두 곳 모두 자연경관지구와 풍치지구여서 건축규제가 심하다. 건폐율은 30%, 용적률 60% 등으로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주거지역(건폐율 50~60%, 용적률 150~250%)보다 조건이 훨씬 나쁘다. 게다가 고도제한 규정에 걸려 최고 3층짜리 단독주택과 빌라 외에는 건물을 짓기 어렵다. 부동산 개발사업 면에서 보면 가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성북동 성암부동산 이영열 사장은 "팔려는 사람도 적지만 사려는 수요가 더 적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린다"고 말했다. SK건설 특수영업팀 박재형 부장은 "저층 빌라나 타운하우스 등을 개발하려 해도 규제가 많아 마땅찮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개발제한 요소들이 오히려 성북.평창동의 미래가치를 높여줄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평창동 파크공인 관계자는 "분가해 강남으로 갔던 젊은층이 공기좋은 평창동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많다"며 "도심에 가까우면서 '웰빙'을 누릴 수 있어 곧 제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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