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정치」|관심과 기대 높아지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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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김영삼 민주당총재와 노태우 민정당총재가 잇달아 KBS제1TV 『9시 뉴스』에 출연, 뉴스진행자와 각각 TV시국대담을 가짐으로써 우리 나라에서도 이른바「TV정치」(tele-politics)에 대한 흥미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TV문화의 개막이 30년에 육박하고 있으며 전체가구의 90%이상이 TV수상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수한 정치상황때문에 「TV정치」를 기대할 수 없었으나 이제 민주시대의 도래와 함께 「TV선거유세」나 「정치광고」등의 문제는 실현가능 할뿐만 아니라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이번 『9시뉴스』의 양당총재와의 TV대담을 통해 TV공동토론의 필요성과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광범위한 대중매체로서 TV의 정치적(?)역할이 증대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TV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화술·분장·제스처 따위가 시청자, 곧 유권자의 최대 관심거리.
1960년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케네디」와「닉슨」이 벌인 「TV대토론」(the gteat debates)은 대통령으로 가는 요로가 TV에 있음을 최초로, 가장 적절하게 증명한 예. 당시 TV보급률이 88%였던 미국에서 무명의 「케네디」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일약 대통령의 권좌에 오른 것이 바로 이 TV토론을 통해서였기 때문이다.
「케네디」가 TV시대에 맞게 자신의 이미지를 창출하는데 기민, 강한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풍긴 반면 「닉슨」은 늙고 나약한 이미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 토론 중에 「케네디」는 질문을 받는 즉시 대답해내는 순발력을 과시한 반면 「닉슨」 은 머뭇거리거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Me too)라는 말을 사용, 표를 잃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것으로 알러졌다.
「레이건」대통령도 TV를 잘 요리한 경우. 특히 배우 출신답게 그는 용모와 분장술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분장은 TV출연에 있어서 필수적이며 정치인의 이미지 창조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
우리 나라의 경우 이것에 최초로 관심을 보인 정치인은 전외무장관 김용직씨. 지난 7l년 신임장관 TV인터뷰에 응하면서 분장을 요구, 당시 방송관계자를 놀라게 했다는 것.
이번 양당총재의 TV출연에서 민주당 김총재의 경우 방송국출신 측근이 TV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우리 나라에서의 「TV정치」는 어떤 의미를 가지며 그에 뒤따르는 문제는 무엇인가.
김우룡교수(외대)는 TV정치토론에 대해 『수많은 유권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후보자의 인물과 선거공약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의 실현은 바람직하며 또 그것이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 TV수상기 보급률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불가피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교수는 『이러한 제도가 자칫하면 TV에 맞는 외향적 이미지 (용모·화술) 만 갖고 대통령이라는 중요한 자리를 결정할 수도 있는 위험요소가 있다』며『미국의 「게리·하트」가 그 경우』라고 지적했다.
방송평론가 신규호는『우선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사회자가 후보자들보다 우위에 서서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며 『신문 등을 통해 다 아는 대답만을 들을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점까지 캐물을 수 있는 진행자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이러한 정치토론에서 대통령에 걸 맞는 경륜보다 순발력과 임기응변에 뛰어난 인물이 유리할 수 있다』며 그 문제점도 지적했다. <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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