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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 촛불집회] "박종철 열사가 꿈꾼 세상"…한파속 호남 '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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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10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 모습. 김준희 기자

14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10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 모습. 김준희 기자

영하 5도의 한파와 매서운 바람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호남 지역의 '촛불 민심'을 끄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전북비상시국회의가 14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개최한 '제10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300여 명이 모였다.

14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10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 모습. 김준희 기자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 탓에 참가자 수가 지난주 1000여 명보다 크게 줄었지만 "박근혜 즉각 퇴진" "재벌도 공범이다" 등을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은 시내 곳곳에 퍼졌다.
지난해 10월 29일 1차 집회 때부터 매주 참석한 김승수 시장은 이날도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밝혔다.

이날 집회는 오후 5시에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체포'를 요구하며 분신한 고(故) 정원 스님에 대한 묵념과 추모영상 상영으로 시작됐다.

14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10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 모습. 김준희 기자

14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10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 모습. 김준희 기자

전북비상시국회의 대표 이세우 목사는 "제주 강정마을과 경기도 평택 대추리 등 각종 사회 문제에 항거하는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먼발치에서 스님을 본 기억이 떠오른다"며 "'분노한 시민들을 거리로 나서게 만드는 정권을 방치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며 소신공양(燒身供養·스스로의 몸을 불살라 부처에게 바친다)을 하신 스님의 뜻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1980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故) 박종철 열사의 30주기를 맞아 거리에 나온 시민들도 많았다. 류상록(47·전주시 덕진동)씨는 "박종철 열사가 돌아가신 지 30년이 됐지만 그동안 세상이 바뀐 게 없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박 열사가 꿈꿨던 세상을 하루라도 빨리, 끝까지 만들어 가야 한다는 마음에서 직장 동료들과 촛불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10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 모습. 김준희 기자

14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10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 모습. 김준희 기자

외국인들도 '박근혜 구속'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집회는 지난 12일 주최 측이 '당신은 왜 촛불을 드셨나요'라는 주제로 연 시민원탁회의 결과 발표와 시민 자유발언 순으로 이어지다 오후 6시40분쯤 끝났다.

광주광역시에서도 이날 오후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주최 측 추산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정원 스님에 대한 추모 및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 시민 자유발언, 문화공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오후 7시에 맞춰 1분간 세월호 추모 영상을 보며 소등행사를 한 뒤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전남 지역에서도 목포와 여수·순천·광양 등 14곳에서 주최 측 추산 1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열렸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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