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백인천감독 끝내 하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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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천, 백인천."

백인천(사진(左)) 롯데 감독은 지난 5일 마산구장에서 팬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았다. 15연패 속에 또 패배를 눈앞에 뒀다가 10회말 투아웃 이후 드라마틱한 재역전승을 거둔 덕이다. 백감독은 눈물을 글썽이며 "이런 게 야구다"고 감격해 했다.

그런 백감독의 기쁨은 12시간을 가지 못했다. 롯데는 연패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6일 아침 백감독을 경질했다. 롯데 관계자는 "백감독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구단 사무실을 떠났다"고 전했다.

롯데는 "성적부진의 골이 너무 깊어 시즌 중 감독을 교체하게 됐다"고 밝혔다. 백감독은 지난해 6월 시즌 중 롯데를 맡아 18승53패, 올시즌 22승66패3무라는 좋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3년 연속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롯데는 감독 교체로 분위기 쇄신의 전기를 마련했다.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으며 갈등의 한 원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백감독은 구단 운영과 관련해 프런트와 반목이 잦았고, 세대교체 추진 중 일부 선수들과도 갈등이 있었다.

김용철(46.사진(右))신임 감독대행은 김용희 전 롯데 감독과 함께 롯데의 1세대 프랜차이즈(지역연고) 스타다. 삼성-현대 코치를 거쳤으며 백인천 감독 부임과 함께 수석코치로 고향팀에 다시 돌아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용철 감독대행은 "성적 부진의 책임이 나한테도 있는데 감독대행이 돼 부담스럽다.

전임 백감독께서 팀을 잘 추슬러달라고 부탁했다"면서도 "위기에서 능력을 발휘해 인정받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목표는 제시하지 않았고, 올해는 배우는 과정으로 생각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나의 야구는 원칙 야구"라며 "말보다는 행동을 중시하고, 원칙을 지키고, 질 때 지더라도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야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뛰는 야구를 선호하며 이름만 갖고 선수를 기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팬들에게는 "못마땅해도 경기장에 오셔서 질책해 달라"고 당부했다.

마산=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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