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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택배 배달하는 동네 형, 바이올리니스트였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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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꼭 맞다. 한 마을에 살고 있는 10명의 사람들과 사자 한 마리, 음악가 동상까지 총 12개의 이야기를 그린 『12명의 하루』(스기타 히로미 지음, 김난주 옮김, 밝은미래, 36쪽, 1만2000원)는 아침 6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24시간 동안 12칸의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구조로, 최소 12번은 읽어야 이 실험적인 그림책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데 그렇다고 해서 12번만 읽을 것 같지는 않다. 낮에는 택배 배달하는 동네 형 폴리시모가 실은 밤에는 바이올린을 켜는 음악 꿈나무라든가 해가 중천에 뜨도록 늘어지게 자던 사라라가 밤 사이 병원을 지키는 간호사였다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기에. 빵집 아저씨와 방송국 기자처럼 얼핏 보면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 인물들도 거미줄처럼 연결돼 개개인의 이야기는 마을 전체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 실타래 속에서 실을 뽑듯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2015년 일본 그림책상 수상작.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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